당신의 뇌는 미라클 모닝을 원하지 않는다, '갓생 강박'에 대한 뇌과학적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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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30분 기상, 찬물 샤워, 소금물 마시기, 그리고 감사 일기 쓰기. 이른바 ‘갓생’을 살기 위해 유튜브에서 본 ‘성공하는 사람들의 루틴’을 따라 해본 적 있는가? 작심삼일로 끝난 뒤 “난 역시 안 돼”라며 자책했다면, 축하한다. 당신의 뇌는 지극히 정상이다.


뇌과학자들은 단언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뇌과학적 루틴’은 대부분 가짜”라고. 획일화된 성공 공식이 오히려 우리의 인지 능력을 제한하고 ‘바보’로 만들 수 있다는 경고다.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이인아 교수와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가 나눈 대화를 통해, 맹목적인 ‘루틴 중독’의 위험성과 진짜 뇌를 깨우는 방법을 분석했다.


'뇌의 골든타임'은 없다 : 통계적 평균의 함정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뇌의 골든타임은 오전 7시~9시”라며 이 시간에 반드시 집중 업무를 해야 한다는 글이 정설처럼 돈다. 하지만 이인아 교수는 이를 “낭설”이라고 일축한다. 사람마다 유전자와 발달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골든타임’은 존재할 수 없다.


이는 최근 유행하는 앤드류 후버만 스탠퍼드대 교수의 ‘모닝 루틴’(기상 직후 햇볕 쬐기, 카페인 섭취 90분 지연 등)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후버만의 조언은 과학적 근거가 있지만, 이를 맥락 없이 개인에게 강요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만 높일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새벽 5시 기상이 활력을 주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지 기능을 저하시키는 고문이 된다.


최근 ‘슬로우 모닝’ 트렌드가 부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5년 <얼루어 코리아> 등의 보도에 따르면, 과도한 미라클 모닝에 피로감을 느낀 2030 세대가 기상 후 멍하니 있거나 천천히 차를 마시는 등 ‘비생산적인’ 아침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이는 뇌과학적으로도 타당한 ‘휴식’의 재발견이다.


루틴은 ‘따라 하기’가 아니라 ‘실험’이다

그렇다면 루틴은 무용지물일까? 아니다. 핵심은 ‘복제’가 아닌 ‘데이터 수집’에 있다. 프로 야구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배트를 두 번 돌리는 것처럼, 루틴은 뇌를 최적의 상태로 전환하는 ‘스위치’ 역할을 해야 한다.


이 교수는 루틴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자기 실험’을 제안한다. 일주일 단위로 기상 시간을 6시, 7시, 8시로 바꿔보며 자신의 컨디션을 기록하는 것이다. 운동선수들이 훈련 일지를 쓰듯, 나만의 ‘퍼포먼스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 실험: 다양한 기상 시간과 활동(독서, 운동, 멍때리기) 시도.

- 기록: 주관적인 개운함과 집중도를 상/중/하로 메모.

- 검증: 데이터에 기반해 나에게 맞는 패턴 확정.


남이 정해준 정답을 쫓는 것은 뇌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반면, 시행착오를 통해 나만의 패턴을 찾는 과정은 전두엽을 자극해 메타인지 능력을 키운다.


MBTI라는 감옥 : 스스로에게 거는 가스라이팅

“저는 ‘P(인식형)’라서 계획을 못 지켜요.” 많은 이들이 MBTI 검사 결과를 자신의 한계로 규정한다. 그러나 뇌과학적 관점에서 이는 가장 세련된 형태의 ‘셀프 가스라이팅’이다. 인간의 뇌는 신경가소성을 통해 죽을 때까지 변한다. 특정 성향으로 자신을 가두는 순간, 뇌는 그 틀에 맞춰 사고를 제한해버린다.


실제로 최근 신경과학 뉴스 등 학계에서는 MBTI의 낮은 재검사 신뢰도를 지적하며, 이를 맹신하는 태도가 성장을 저해한다고 경고한다. “나는 문과라 수학을 못해”, “나는 내향적이라 리더가 못 돼”라는 믿음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자신을 정의하는 축이 하나뿐이라면, 그 축에서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길을 잃게 된다.


AI 시대, 인간의 무기는 애매함을 견디는 힘

AI는 확률적으로 가장 정답에 가까운, 즉 정규분포의 중앙값을 내놓는 데 탁월하다. “가장 효율적인 루틴을 짜줘”라고 물으면 AI는 수만 명의 데이터를 평균 낸 시간표를 던져줄 것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바로 그 지점이 인간이 바보가 되는 구간”이라고 경고한다.


AI가 답을 주는 시대에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은 정답 찾기가 아니라 ‘모호함을 견디는 힘’이다. 예술 작품 감상이 좋은 훈련법이 될 수 있다. 정답이 없는 추상화를 보며 “이게 대체 뭐지?”라고 고민하는 순간,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며 창의적 연결이 일어난다.


미국심리학회(APA)의 최근 연구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모호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뇌는 시각적 정보를 해석하기 위해 더 많은 인지적 자원을 사용하며, 이 과정에서 인지 유연성이 향상된다. 명쾌한 3줄 요약과 1분짜리 쇼츠에 중독된 뇌는, 역설적으로 가장 비효율적이고 모호한 시간을 통해 다시 깨어난다.


멍청해지지 않으려면 불편해져라

2026년, 우리는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만 보고, AI가 요약해 준 글만 읽으며 살아가기 쉽다. 편안하지만, 뇌는 퇴화하는 길이다. 이인아 교수의 조언처럼 “아무리 권위 있는 전문가의 말이라도 의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새해에는 남들의미라클 모닝 흉내 내며 괴로워하는 대신, 미술관에 가서 난해한 그림 앞에 10분간 있어 보라. 혹은 알람 없이 일어난 날의 상쾌함을 기록해 보라. 정답이 없는 불편함을 견디는 시간, 속에 AI 대체할 없는 당신만의진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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