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부부 열풍 이어간다…팝마트, 텔레토비·디즈니로 '제2 전성기' 노리다
(사진: 팝마트코리아)라부부로 매출 3배… 이제는 포트폴리오 승부팝마트는 2010년 설립된 중국 완구 기업으로, 아트토이·키링을 ‘블라인드 박스(뽑기형 랜덤 박스)’ 방식으로 판매하는 구조로 성장했다. 소비자가 어떤 캐릭터가 들어 있는지 모른 채 상자를 구매하고, 시리즈를 완성하기 위해 여러 번 사게 되는 특유의 구조가 팬덤 수집 욕구와 결합해 폭발적인 재구매를 이끌었다. 이 전략의 정점에 선 캐릭터가 바로 ‘라부부(Labubu)’다. 토끼 귀와 이빨이 드러난 ‘어글리 큐트’ 디자인으로 MZ세대 취향을 자극한 라부부는, 한정판이 수백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리셀 시장까지 달궜다. 일부 사람 크기 한정판은 경매에서 120만 위안(약 2억 원대)에 낙찰되기도 했다. 라부부 신드롬 덕분에 팝마트의 2025년 상반기 매출은 약 139억 위안(약 2조7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 급증했고, 순이익도 약 4배 가까이 늘었다. 매출의 약 40%는 해외에서 발생해, 팝마트는 해즈브로·마텔 등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완구사 1위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나의 캐릭터에만 의존하는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며, 라부부 이후 ‘제2, 제3의 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팝마트가 최근 텔레토비와 디즈니 등 글로벌 IP와의 협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배경이다. 라부부 다음 카드, ‘텔레토비 키링’과 디즈니 협업디지털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팝마트는 라부부 열풍 이후 다음 성장 카드로 텔레토비·디즈니 IP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기사 제목 그대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팝마트”가, 라부부가 만들어 놓은 팬덤과 블라인드 박스 경험을 텔레토비·디즈니 콜라보로 이어가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텔레토비 ‘Say Hello/안녕’ 시리즈는 팝마트 코리아 공식몰과 글로벌몰을 통해 텔레토비 ‘Say Hello’ 피규어·인형 키링이 순차적으로 출시됐다. 국내 키링 가격은 개당 약 2만 원대로, 라부부·스컬판다 등 기존 인기 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이다. 팝마트는 디즈니·미키·케어베어스 등 IP 확장 으로 크림·디무(DIMOO)·스컬판다 등 팝마트 자체 캐릭터와 디즈니·케어베어스·위 베어 베어스 등을 결합한 시리즈도 잇따라 선보이며, “라부부만의 회사”에서 “IP 포트폴리오 회사”로 포지셔닝을 바꾸는 분위기다. 라부부가 팬덤 중심 컬렉터 IP라면, 텔레토비·디즈니는 세대를 가로지르는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IP다. 팝마트는 라부부로 형성한 블라인드 박스 소비 경험을 기반으로, 텔레토비·디즈니로 ‘추억+수집’ 수요를 동시에 자극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피규어보다 싸고, 자주 산다… MZ '소액 반복 소비'에 딱 맞는 구조디지털데일리 기사와 관련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팝마트의 키링·블라인드 박스 전략은 MZ세대 소비 패턴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 수십만 원짜리 아트토이나 대형 피규어에 비해, 한 박스 1~2만 원 수준의 비교적 낮은 진입 가격과 원하는 캐릭터를 뽑을 때까지 여러 번 사게 만드는 랜덤(블라인드) 구조, 가방·폰·에어팟에 달 수 있는 키링 형태로, ‘데일리 패션 아이템’으로도 소비된다.이런 요소들이 결합해, “큰돈을 한 번 쓰기보다 작게 여러 번 쓰면서 소비 만족을 쪼개서 누리려는 MZ식 소비성향”과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텔레토비는 1990~2000년대 어린 시절 TV로 보던 세대에게 강한 향수를 자극하는 IP다. 팝마트는 여기에 파스텔 톤 색감, 기존 캐릭터 설정을 살짝 변형한 ‘안녕 시리즈’ 디자인, 1/96 확률 시크릿 등 희소성 장치를 더해 “라부부 이후 새 키링 유행”을 노리고 있다.라부부 거품 우려 속 IP 다각화… 위기이자 기회한편, 라부부 열풍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도 나타난다. 네이버 데이터랩 기준 라부부 검색량은 2025년 7월 최고치 대비 11월에는 4% 수준까지 떨어져, 불과 넉 달 만에 96% 급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리셀 가격도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고점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라부부 거품이 빠지는 국면에서, 팝마트가 텔레토비·디즈니 등으로 수요를 분산시키며 팬덤을 유지·확장하려 한다”는 해석도 같이 나온다. IP가 다양해지면, 특정 캐릭터 인기 하락이 곧바로 회사 실적에 직격탄이 되는 구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어서다. 다만 텔레토비·디즈니 등 외부 IP 중심 확장은 로열티 부담과 차별화 이슈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체 IP인 라부부·스컬판다와 달리, 이미 여러 브랜드와 협업해 온 대형 IP와의 콜라보는 “팝마트만의 독점적 매력”을 얼마나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부분은 아직 시장의 평가가 갈리는 상황이다.라부부 회사 넘어서 IP 플랫폼 될 수 있을까이제 팝마트 앞에 놓인 핵심 질문은 두 가지다.첫째, 라부부에 집중됐던 팬덤을 텔레토비·디즈니·자체 신작 캐릭터 등 여러 IP로 자연스럽게 분산시킬 수 있을까.둘째, 블라인드 박스와 키링에 기반한 ‘소액 반복 소비’ 모델을 규제 가능성이나 리셀 피로감 같은 변수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들 수 있을까.만약 팝마트가 이 두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만들어낸다면, 라부부는 ‘한 시대를 휩쓴 캐릭터’를 넘어 “중국발 글로벌 캐릭터 기업” 팝마트의 출발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새 IP들이 라부부만큼의 팬덤을 만들지 못한다면, 텔레토비·디즈니 카드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 보긴 했지만, 그 노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선택”으로 남을 수도 있다.
2025.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