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효과 계속된다…한강 '소년이 온다', 교보문고·예스24 올해의 베스트셀러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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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예스24)
'소년이 온다' 2년 연속 1위…양대 서점 모두 석권
교보문고가 12월 1일 발표한 2025년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에 따르면,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창비) 는 양귀자의 『모순』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예스24 역시 동일 기간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간 종합 1위 자리에 『소년이 온다』가 올랐다고 밝혔다. 두 서점 모두에서 같은 작품이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정상을 지킨 셈이다.
교보문고 집계 기준으로 연간 베스트셀러가 2년 연속 1위를 기록한 사례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1980년대의 『홀로서기』(서정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김우중), 2000년대의 『시크릿』(론다 번), 2010년대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 이후 10여 년 만에 새로 추가된 기록이다.
한강의 다른 작품들도 동반 상승했다. 교보문고 순위에서 『채식주의자』는 9위, 『작별하지 않는다』는 11위에 올랐고, 예스24를 비롯한 온라인 서점 연간 집계에서도 한강의 주요 작품들이 상위권을 장기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벨 수상 직후 급등했던 판매가 일시적인 ‘반짝 효과’가 아니라, 2년째 이어지는 장기 흐름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노벨문학상이 열어젖힌 '한국문학 전성기'
2024년 노벨문학상 시상식 이후 한국 출판 시장에서는 이른바 ‘한강 효과’가 수치로 확인돼 왔다. 한강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Human Acts(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 등 주요 작품이 국내외 서점에서 동시 품절 사태를 빚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서점들의 집계에 따르면, 한강의 수상 직후인 2024년 10~12월 국내 종이책 판매 부수는 전년 대비 크게 늘었고, 특히 소설 분야 판매가 같은 해 연간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3개월 동안 달성할 정도로 폭증했다.
2025년에도 이 흐름은 이어져, 예스24와 교보문고의 연간 분석에서 종합 TOP10 안에 한국 소설이 3~5권씩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판 업계는 이를 두고 “노벨문학상이 특정 작가 한 명의 판매 급등을 넘어, 한국문학 전체에 대한 신뢰와 호기심을 키운 효과”라고 해석한다. 젊은 작가 성해나의 단편집 『혼모노』와 오랜 스테디셀러였던 양귀자의 『모순』이 다시 상위권에 오른 것도, 한강을 통해 국내 독자들이 ‘한국 소설 다시 읽기’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치·AI·투자서까지… 2025년 책으로 읽은 한국 사회
올해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 이슈와 기술 변화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교보문고 집계에서 3위를 차지한 책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전에 출간한 정치 에세이 『결국 국민이 합니다』로, 탄핵·조기 대선 등 격동의 정치 일정 속에서 꾸준히 판매량을 쌓으며 상위권에 올랐다. 같은 책은 전자책(eBook) 부문에서도 1위를 기록해 종이책·전자책을 아우른 인기를 입증했다.
경제·재테크 서적 역시 코스피 4,000선 돌파 등 증시 호조와 맞물려 주목받았다. 교보문고는 주식·투자 관련 도서 판매가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인공지능(AI)을 다룬 도서들은 출간 종수가 1,057종에서 2,040종으로 약 두 배 증가했고, 판매량 또한 전년 대비 68.5%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성형 AI 활용법부터 일자리 변화, 윤리·규제 이슈까지, AI 관련 키워드는 출판 전 분야를 가로지르는 화두로 자리 잡았다.
교보문고와 예스24는 공통적으로 “정치사회·AI·투자 분야에서 현실 불안과 호기심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라며 “독자들이 소설로 위안을 얻는 동시에, 비소설을 통해 불확실한 시대를 이해하고 대비하려는 욕구가 드러난다”고 분석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순위표로 본 2025년 독서 풍경
올해 교보문고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TOP10을 보면, 1위 『소년이 온다』에 이어 2위 『모순』, 3위 『결국 국민이 합니다』, 4위 『혼모노』, 5위 『급류』가 뒤를 이었다. 6위는 코이케 류노스케의 『초역 부처의 말』, 7위는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8위는 태수의 에세이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9위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10위는 김영하의 『단 한 번의 삶』이 차지했다.
예스24 집계에서도 1위는 『소년이 온다』였고,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성해나의 『혼모노』, 『결국 국민이 합니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가 2~5위에 올랐다. 여기에 『모순』, 『단 한 번의 삶』, 『초역 부처의 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교재, 필사 노트 등이 뒤를 이었다. 온라인 서점 특성상 필사·학습·시험 대비용 도서가 순위표에 함께 오른 점도 눈에 띈다.
예스24는 종합 100위권 내에서 소설·시·희곡 장르가 21종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20대 독자의 비중이 크게 늘면서, 시집·만화·필사 노트 등 이른바 ‘텍스트힙’(텍스트+힙)의 소비가 눈에 띄게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갓생’과 자기계발에 지친 독자들이 다시 서사와 문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한강 이후'가 아닌 '한강과 함께 가는' 한국문학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2년 연속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같은 작가의 작품들이 상위권을 휩쓴 풍경은 노벨문학상이 한 작가의 단기 이벤트로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노벨 수상 이후 2년째 이어지는 판매와 독서 열풍은, 한국 독자들이 한국문학을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계속 읽어갈 텍스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동시에 올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정치·AI·투자·필사·학습서가 골고루 포진했다는 사실은, 문학과 비문학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대를 비추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정치적 격변과 기술 혁신,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독자들은 한편으로는 소설로 감정을 정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지식과 전략을 찾고 있다.
향후 몇 년간 출판계는 노벨문학상 이후 계속되는 한국문학의 세계화, AI 도구를 활용한 집필·편집·마케팅 실험, 정치·경제·기후 위기 등 거시 이슈를 다룬 논픽션의 확장이라는 세 갈래 축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소년이 온다』를 비롯한 한강의 작품들은, 한국문학이 세계 문학의 중심 무대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오랫동안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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