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고령 운전자 사고… '조건부 면허' 도입, 안전과 이동권의 딜레마

본문

fea6afdef691ff99ddbd1f1ecfebbf26_1764568754_9585.jpg
2025년 12월, 최근 경기도 부천과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서 60~70대 운전자에 의한 차량 돌진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고령 운전자 면허 관리'가 다시금 사회적 화두로 부상했다.


단순한 개인의 부주의를 넘어 초고령 사회의 구조적 위험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운전 능력에 따라 운행 허용 범위를 달리하는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 중이나, 고령층의 이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반론 또한 거세다. 본지는 최근 발생한 사고 유형을 분석하고, 제도적·기술적 대안의 실효성을 진단한다.


사고의 패턴 : 인지 반응 지연과 페달 오조작

최근 발생한 일련의 고령 운전자 사고는 뚜렷한 공통점을 보인다. 국과수와 경찰청 조사 결과, 대다수 사고의 원인은 기계적 결함(급발진)보다는 '페달 오조작’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는 위급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하여 밟는 현상을 말한다.


통계적 경고 : 2025년 2월 연합뉴스 및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감소 추세인 반면 고령 운전자 관련 사고 비중은 최근 5년 새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 운전자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노화에 따른 인지 능력 저하와 반응 속도 지연을 주원인으로 꼽는다. 돌발 상황에서 상황 판단과 신체 반응 사이의 괴리가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정책의 방향 : 일률적 반납에서 조건부 허용으로

정부와 경찰청은 기존의 '자진 반납'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는 고령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하여, 결과에 따라 운전 가능한 시간과 공간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다.


[ 주요 검토 대상 조건 ]

  • 시간 제한 : 야간 및 악천후 시 운전 금지
  • 공간 제한 : 고속도로 진입 제한, 거주지 반경 내 일반 도로만 허용
  • 속도 제한 : 최고 속도 60~80km/h 제한
  • 장치 부착 : 첨단 비상 제동 장치(AEBS) 장착 차량만 운전 허용


이는 미국, 독일, 호주 등 OECD 주요국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로, 운전권을 전면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능력에 맞춰 '안전하게 운전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다.


반론과 쟁점: 지방 소멸과 이동권의 충돌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 거주 고령자에게는 치명적인 '이동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농어촌 지역에서 자가용은 생존을 위한 필수 수단이다.


실제로 지자체별로 운전면허 자진 반납 시 10만~30만 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나, 반납률은 수년째 2%대에 머물러 있다. 국민일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방 고령층 사이에서는 "차 없이는 병원조차 갈 수 없는데 면허를 반납하라는 것은 가혹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또한, 연령만을 기준으로 한 규제가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술적 대안 :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의 의무화

제도적 규제의 빈틈을 메울 현실적 대안으로 기술적 보완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에 적용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PPM)'가 대표적이다.


작동 원리 : 전후방에 장애물이 감지된 상태에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을 경우, 차량 시스템이 이를 오조작으로 판단하여 출력을 차단하고 제동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안전장치 장착 차량에 대해 보험료 할인이나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일본의 경우 신차의 90% 이상에 해당 기능이 탑재되어 사고율 감소 효과를 보고 있다. 기술이 인간의 인지적 실수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셈이다.


맞춤형 면허와 기술 지원의 병행 불가피

초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현행 운전면허 체계의 개편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향후 정책은 연령에 따른 일괄적 제한보다는 '개별 운전 능력 평가'를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현재까지 총 504건의 기사가, 최근 1달 동안 212건의 기사가 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