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팝업 1만명 줄 섰다… 프리미엄 라면 '삼양1963'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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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삼양라면)


과거 복원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초석…우지라면의 귀환

삼양식품은 지난 11월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신제품 ‘삼양1963’을 공식 공개했다. 제품명은 국내 최초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이 처음 나온 1963년을 따온 것으로, 회사는 이번 제품을 “창업 정신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상징”이라고 규정했다. 


‘삼양1963’의 가장 큰 특징은 동물성 기름인 우지와 식물성 팜유를 섞은 ‘골든블렌드 오일’로 면을 튀긴 점이다. 사골 육수 기반 액상 스프에 무·대파·청양고추를 더해 국물의 깊은 맛을 살리고, 단배추·홍고추 등 큼직한 후첨 후레이크로 식감과 시각적 만족감을 키웠다. 


삼양식품이 ‘우지라면’을 다시 꺼낸 날은 우지 파동이 터진 1989년 11월 3일로부터 정확히 36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공업용 우지를 쓴다’는 의혹으로 삼양식품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이후 보건 당국 조사와 법원 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회사는 이번 신제품 공개를 “오해로 얼룩진 역사를 바로잡는 상징적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성수동 프리미엄 라면 바… 일주일간 1만명 몰린 팝업

출시 직후 마케팅 무대는 서울 성수동이었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성수동 거리에서 ‘삼양1963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소비자 체험에 집중했다. 


팝업스토어는 화려한 포토존 대신 면·국물·우지의 풍미를 전면에 내세운 ‘프리미엄 라면 바’ 콘셉트로 꾸며졌다. 네이버 사전예약 7일분이 5분 만에 모두 마감됐고, 현장 웨이팅 등록은 하루 평균 1500건을 기록했다. 행사 기간 총 방문객은 1만명을 넘어섰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MZ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 외국인 관광객까지 줄을 서서 우지라면을 맛봤다는 현장 반응도 이어졌다. 일부 방문객은 “라면 한 그릇을 와인바처럼 즐기는 경험”이라며 프리미엄 콘셉트에 호응했다는 후기가 전해진다.


한 봉지 1500원대… 프리미엄 라면 승부수

‘삼양1963’은 기존 삼양라면보다 높은 가격대에 책정된 프리미엄 제품이다. 팜유보다 2배가량 비싼 우지를 사용하고, 사골 육수·대형 후레이크 등 원재료 비중을 높인 탓에 원가 부담이 크지만, 회사는 “맛과 스토리로 승부하는 전략 제품”이라는 입장이다. 


대형마트·온라인몰에선 4입 묶음상품 기준 6000원대 초반에 판매되고 있다. 쿠팡 등 일부 채널에서는 “한 달간 6만 명 이상이 구매했다”는 문구가 노출되는 등 판매 속도도 비교적 빠르게 나타난다. 


업계에서는 ‘삼양1963’이 기존 불닭볶음면 중심이었던 삼양식품의 매출 구조를 다변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은 77%에 달하지만, 국내 매출은 23%에 그친 만큼 프리미엄 국물라면으로 내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K-푸드 상징 노리는 삼양의 중장기 전략

회사 경영진은 ‘삼양1963’을 단순한 복고 상품이 아닌 “미래 100년을 향한 시작점”으로 정의한다. 우지 파동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프리미엄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브랜드 자산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최근 국내외에서 ‘근본 레시피’나 ‘클래식 제품’이 재해석돼 인기를 얻는 이른바 ‘근본이즘’ 트렌드가 확산되는 점도 삼양식품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평가된다. 과거의 레시피와 스토리를 현대적 미식 코드와 결합해 MZ세대까지 포섭할 수 있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관전 포인트다. 


전망

우지라면 ‘삼양1963’은 출시와 동시에 성수 팝업스토어 흥행, 온라인몰 판매 호조 등으로 프리미엄 라면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장기 판매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에 이어 국물라면까지 히트작을 확보할 경우 국내외 K-라면 시장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소비자들이 고가 라면에 꾸준히 지갑을 열지, 그리고 우지에 대한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완전히 상쇄할 만큼 맛과 스토리가 설득력을 가질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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