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먼지에서 블랙홀까지, 우리는 어디쯤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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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지식(@EBSKnowledge)은 한 사람의 연구와 통찰을 압축해 전달하는 강연형 콘텐츠다. 출연자는 각 분야에서 오랜 시간 축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과학, 철학, 역사, 경제, 예술 등 다양한 주제를 풀어낸다.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복잡한 개념을 맥락과 사례 속에서 설명하며 ‘왜 이것이 중요한가’를 짚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중적 인지도보다 사유의 깊이로 선택된다. 연구 현장에서 길어 올린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재해석한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도 메시지는 선명하다. 질문을 던지고, 생각의 방향을 제시하며, 시청자가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도록 여지를 남기는 형식이다.


우주의 중심이라는 착각이 무너질 때

인류는 오랫동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다. 이후에는 태양이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태양조차 우리 은하의 한 변두리를 도는 수천억 개 별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심이라 믿었던 모든 기준이 무너질 때, 질문은 단순해진다. 우주는 얼마나 큰가, 그리고 그 끝은 존재하는가.


지구의 에베레스트에서 시작한 크기 비교는 목성, 태양을 지나 초거성으로 확장된다. 태양보다 수백 배 큰 베텔게우스, 그리고 현재까지 알려진 최대급 별인 스티븐슨 2-18가 등장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거대 블랙홀 앞에서는 왜소하다. 단위는 킬로미터에서 광년으로 바뀌고 상상은 현실 감각을 이탈한다.


은하를 넘어 초은하단으로

태양계 바깥의 오르트 구름, 성간 가스가 모인 창조의 기둥, 수십만 개의 별이 뭉친 구상 성단을 지나 마침내 은하가 등장한다. 지름 12만 광년, 별 4천억 개를 품은 우리 은하는 거대해 보이지만 이 또한 수많은 은하 중 하나다.


안드로메다 은하와 함께 국부 은하군을 이루고 더 큰 구조인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에 속한다. 그 너머에는 물고기자리-고래자리 복합 초은하단 같은 더 거대한 구조가 존재한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영역은 ‘관측 가능한 우주’에 불과하며 그것이 우주의 전부라는 보장은 없다.


작은 밀도 차이가 만든 138억 년의 구조

이 거대한 구조의 출발점은 빅뱅이다. 초기 우주의 에너지 밀도 차이는 10만 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미세한 차이가 중력을 통해 물질을 끌어모았고 별과 은하를 형성했다. 138억 년의 시간은 작은 흔들림을 거대한 우주 그물망으로 성장시켰다.


우주의 거대함을 확인할수록 지구는 미세한 점으로 축소된다. 그러나 바로 그 점 위에서 인류의 문명, 감정, 기억이 펼쳐진다. 물리적 규모와 존재의 의미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별의 죽음이 만든 생명의 재료

별은 중력과 핵융합의 균형 위에 선 존재다. 연료인 수소가 소진되면 균형은 무너지고 무거운 별은 초신성 폭발로 생을 마감한다. 그 잔해는 중성자별이 되거나 더 무거운 경우 블랙홀로 압축된다.


초신성 폭발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다. 그 순간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진다. DNA를 구성하는 인(Phosphorus) 역시 이러한 폭발의 산물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별의 죽음에서 태어난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생각하는 별의 먼지”라는 표현은 시적 수사가 아니라 물리적 사실에 가깝다.


블랙홀, 끝인가 시작인가

초신성 이후 남은 질량이 극도로 압축되면 블랙홀이 된다.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 순간 어떤 정보도 탈출하지 못한다.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중력의 종착지다. 그러나 동시에 정보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론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자리한다. 블랙홀은 단순한 파괴자가 아니라 우주의 구조를 유지하는 축일 수도 있다. 그것이 별의 무덤인지, 새로운 창조의 씨앗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거대함 속에서 발견하는 연결

우주의 스케일을 따라 확장한 여정은 결국 인간의 자리로 되돌아온다. 지구는 작고, 인류는 더 작다. 그러나 우리는 우주의 역사와 단절된 존재가 아니다. 별의 폭발에서 만들어진 원소가 지금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다.


우주의 중심이라는 착각은 사라졌지만 대신 더 깊은 연결이 남는다. 우리는 우주 밖에서 온 존재가 아니다. 처음부터 이 거대한 구조의 일부였다. 블랙홀의 어둠과 초신성의 빛 사이에서 인간은 그 모든 과정을 이해하려는 유일한 존재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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