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꾸준 - 한글은 국경을 넘었다,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이 선택한 문자 실험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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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소개
꾸준(@kkujun)은 “느린 여행을 통해 삶의 속도를 찾아요”를 전면에 내세운 여행 크리에이터다. 자카르타, 발리 같은 익숙한 관광지보다 국내선 환승, 소도시, 시장, 선착장 같은 로컬의 생활 동선을 따라가며 ‘여행지 소비’보다 ‘현장 관찰’에 가까운 영상을 만든다. 채널은 여행·일상 기록을 중심으로 꾸준히 업로드되며, 2026년 1월 기준 유튜브 채널 정보상 구독자 약 77만 명, 영상 190여 편 규모로 확인된다.
콘텐츠 전개는 자극적인 사건보다 리듬(이동→관찰→정리)로 설득하는 타입이다. 이동 과정의 불편, 현지 규칙(예: 호출 서비스 제한), 언어 장벽 같은 변수까지 그대로 담으면서도 결론은 대체로 “정답 없는 삶” “다양성의 존중” 같은 메시지로 수렴한다. 실제 인터뷰에서도 ‘기록과 속도 경쟁에서 벗어나 자기 속도를 찾는 태도’가 여행뿐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 확장됐다고 말하는데, 이 지점이 꾸준 채널의 톤앤매너를 규정하는 핵심 캐릭터로 읽힌다.
한글을 쓰는 세 번째 장소는 왜 주목받지 않았나
한글을 사용하는 곳은 한국과 북한뿐이라는 인식은 오랫동안 당연한 상식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이 통념은 이미 오래전에 깨졌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일상과 교육에 사용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마을 곳곳에는 한글 간판이 설치돼 있고, 일부 학교에서는 한글로 자국어를 가르치는 수업이 운영돼 왔다.
문제는 이 실험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때 화제가 된 뒤, 후속 보도는 끊겼다. 한글은 잠시 쓰이다 사라진 사례였을까, 아니면 조용히 정착해 가는 중일까. 이 질문에서 출발해 인도네시아 바우바우로 향한 여정은, 문자와 언어, 그리고 문화 보존이라는 문제를 다시 꺼내 들게 한다.
문자가 없던 언어, 한글을 만나다
찌아찌아어는 오랜 세월 말로만 전해진 구술 언어였다. 고유 문자가 없었고, 국가 공용어 중심의 교육 체계 속에서 세대가 바뀔수록 사용 빈도는 줄어들었다. 언어 소멸의 전형적인 경로였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찌아찌아족 출신 교육자들이 한국에서 한글을 접하게 된다.
한글은 찌아찌아어의 음운 구조와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아떨어졌다. 단순한 자음·모음 체계, 받침과 성조가 거의 없는 발음 구조는 ‘소리 하나를 글자 하나로 담는’ 한글의 설계와 높은 호환성을 보였다. 알파벳으로는 표현이 어려웠던 발음들이 한글로는 정확히 기록됐다. 이 판단은 곧 실행으로 이어졌고, 2009년부터 바우바우 일부 초등학교에서 한글을 활용한 찌아찌아어 수업이 정규 교육 과정으로 편입됐다.
17년이 지난 지금, 현장의 모습
17년이 지난 현재, 바우바우의 찌아찌아족 거주 지역에서는 여전히 한글이 살아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한글을 기반으로 자국어를 가르치고, 고학년 과정에서는 한국어 교육까지 병행된다. 수백 년 동안 문자 없이 존재하던 언어가, 한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기록되고 학습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은 상업적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언어 보존이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지역 교사와 학교가 중심이 돼 이어져 왔다. 중앙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보다는, 지역 단위의 합의와 필요성이 작동했다는 점에서 이 사례는 더욱 이례적이다. 한글은 이곳에서 ‘외국 문자’가 아니라, 사라질 뻔한 언어를 붙잡아 둔 실질적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다양성의 현장에서 한글이 던지는 질문
바우바우에서 확인되는 한글의 현재는, 문자 확산이나 문화 수출이라는 단순한 프레임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이는 소수 언어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하나의 실용적 해법이며, 언어 다양성이 어떻게 보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단일 언어, 단일 문자를 당연하게 여겨온 사회의 시선에서 보면 이 실험은 낯설다. 그러나 수백 개의 민족과 언어가 공존하는 인도네시아의 맥락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선택에 가깝다. 정해진 정답 없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회에서, 한글은 ‘한국의 문자’를 넘어 ‘쓸 수 있는 문자’로 받아들여졌다. 이 조용한 선택이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언어를 지키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며, 문자의 국적 또한 고정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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