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여정의 끝, 은퇴선언 황재균이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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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황재균, 현역 생활 마침표…현대 유니콘스 마지막 야수 시대 종료

(나인다세해=이상엽 기자) KT 위즈의 베테랑 내야수 황재균(39)이 은퇴를 선언하며 20년간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했다. 구단과 FA 재계약 논의가 진행 중이었던 만큼 예상치 못한 결정이었다. 그의 은퇴와 함께 한국프로야구 한 시대의 상징이었던 '현대 유니콘스' 출신 야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더 할 수 있지만, 이제 그만" - 현역 때 떠나는 용기

황재균의 은퇴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타이밍에 있다. 올 시즌 타율 0.275에 7홈런, 48타점을 올리며 여전히 주전급 활약을 펼쳤다. KT는 그에게 "좋은 제안"을 내놓았고, 재계약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황재균은 달랐다. 능력이 바닥났을 때가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시점에 마침표를 찍었다. 퇴장의 시기를 남이 아닌 자신이 정한 것이다.

"KT에서 좋은 제안을 주셨는데, 고심 끝에 은퇴 결정을 했다"


현대 유니콘스, 그 이름의 마지막 잔향

황재균의 은퇴는 개인사를 넘어 KBO 리그의 세대교체를 상징한다. 그는 2007년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 출신 야수 중 마지막 현역 선수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리그를 호령했던 명문구단의 DNA가 이제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다.

올 겨울, 같은 현대 출신인 오재일과 정훈이 먼저 은퇴를 발표했다. 황재균까지 배트를 내려놓으면서 현대 유니콘스 야수 출신 현역 선수는 이제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푸른 유니폼의 전설이 완전히 막을 내린 것이다.


화려함 대신 선택한 '지속성'의 가치

황재균이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번쩍이는 개인 타이틀이 아니었다. 그가 원했던 건 '꾸준함'이라는 타이틀이었다.

그의 통산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KBO 역사상 7명만이 달성한 '14시즌 연속 100안타 이상' 기록 보유자. 2200경기 출전에 타율 0.285, 2266안타, 227홈런, 1121타점, 235도루. 특히 2000안타-200홈런 클럽 가입은 극소수 엘리트 타자에게만 허용된 영예다.

"프로 생활 내내 큰 부상 없이 꾸준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선수로도 기억되고 싶다."


메이저리그, 짧았지만 값진 도전

2017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황재균은 꿈의 무대에 섰다. 18경기 출전, 타율 0.154, 1홈런, 5타점. 숫자만 보면 성공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짧은 여정의 진짜 의미는 다른 곳에 있다. 안정된 KBO 스타의 위치를 버리고 세계 최고 수준에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의 야구 사랑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경험은 그를 더 성숙한 리더로 만들었다.


주장 완장과 함께 이룬 정상

황재균의 커리어는 KT에서 완성됐다. 2020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루수 골든글러브를 손에 쥐었고, 2021년에는 주장으로서 KT를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개인의 영광을 넘어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순간. 그것이 황재균 야구 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

"선수 생활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고... 행복한 야구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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