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헐고 돔구장 짓자고?… 성수동 핫플이 던지는 도시재생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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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버려진 골목들이 수백억 원대 가치의 '핫플레이스'로 부활하고 있다. 16일 서울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대담에서 익선동과 창신동의 변화를 주도한 유정수 글로우서울 대표는 "단기적인 치적 쌓기와 획일화된 재개발이 도시의 매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 감소와 도심 공동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낙후 지역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도시 재생의 본질과 이를 둘러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지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갈등의 해법을 조명한다.
죽은 도시를 깨우는 '소울(Soul)'의 힘
새 건물에 빈티지 페인트를 칠해봐야 돈만 더 들 뿐 진짜 낡은 멋을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 대표는 성공적인 공간 기획의 비결로 건축물이 가진 본래의 특성과 지역의 역사성을 순방향으로 살리는 것을 꼽는다.
실제로 아무도 찾지 않던 쪽방촌 시절의 익선동은 이미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는 독특한 미감을 가진 출사지로 소비되고 있었다. 창신동 역시 가파른 절벽이라는 지리적 악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높이 덕분에 동대문 성곽과 사대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완벽한 뷰포인트를 제공했다.
도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미세한 매력을 발견해 대중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성수동의 위기, 재산권과 보존의 딜레마
그러나 상권이 부활하면 어김없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운다. 과거 공장지대였던 성수동은 넓은 창고가 주는 공간감 덕분에 아티스트와 기획자들이 몰려들며 힙한 동네로 거듭났다. 하지만 상권이 뜨자 임대료가 폭등하고, 프랜차이즈와 대형 팝업스토어만 남는 쇼핑 도시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는 단순한 '건물주의 탐욕'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복잡한 이해상충을 내포한다. 토지 소유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보장된 400%의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연면적의 비율)을 꽉 채워 새 건물을 올리는 것이 정당한 재산권 행사다. 반면, 모든 건물이 강남의 상가 단지처럼 현대식으로 재건축된다면 성수동 특유의 매력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된다. 보존의 당위성과 개발의 수익성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딜레마의 해법, '공중권(Air Rights)'의 도입
이러한 갈등을 중재할 혁신적인 대안으로 '공중권(Air Rights) 거래제'가 주목받고 있다.
[ 핵심 요약: 공중권(결합건축) 제도란? ]
정의 : 토지 상공의 미사용 용적률을 다른 필지로 이전하여 팔 수 있는 권리.
작동 원리 : 보존 가치가 있는 낡은 건물(용적률 100% 사용)이 남은 용적률 300%를 인근의 고밀 개발을 원하는 새 건물에 매각.
효과 : 낡은 건물주는 보존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얻고, 개발자는 초고층 건물을 올려 사업성을 확보함.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최근 '공간혁신구역' 제도를 도입하며 이와 유사한 형태의 유연한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도시 전체의 스카이라인과 역사적 밸런스를 맞추는 고도의 윈윈(Win-Win) 전략인 셈이다.
10년의 호흡,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를 경계하라
무엇보다 심각한 위협은 도시 브랜딩을 임기 내에 끝내려는 관료주의적 조급증이다. 시장이나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정체불명의 지역 축제가 급조되고, 기존의 마스터플랜이 뒤집힌다. 심지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허물고 그 자리에 K-POP 돔구장을 짓자는 황당한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정책의 연속성이 부재하다. K팝 공연장 확충이 필요하다면 대안 부지를 찾을 일이지, 수년간 정착한 랜드마크를 부수는 것과는 철저히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아름다운 도시의 대명사인 프랑스 파리의 '낭만'은 수백 년에 걸쳐 축적된 강력한 편견의 산물이다. 행정가는 화려한 첫 삽을 뜨는 유혹을 견디고, 정파를 초월해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으로 도시의 방향성을 밀고 나가는 우직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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