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의점의 '가짜 계란' 논란… 진짜일까, 가공식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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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하다 보면 편의점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오므라이스의 뛰어난 비주얼과 완성도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반숙 노른자가 터지는 계란 샌드위치나 햄버거 속 계란은 일본 간편식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이들 제품 중 일부에는 ‘가짜 계란’으로 불리는 가공 계란 제품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른바 가짜 계란은 실제 계란을 완전히 대체하는 인공 물질이 아니라, 계란을 가공해 형태와 식감을 구현한 제품이다. 주로 오므라이스, 계란 샌드위치, 햄버거, 편의점 도시락 등에 활용된다. 목적은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고, 식중독 위험을 줄이며, 대량 생산에 적합한 위생적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가짜 계란의 정체
일본에서 사용되는 가공 계란은 외형과 맛에서 일반 소비자가 구분하기 어렵다. 다만 뜨거운 프라이팬에 올렸을 때 진짜 계란처럼 응고되지 않고 녹는 특성이 있으며, 전자레인지 가열 시에도 반숙 노른자가 굳지 않고 유지되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제품은 큐피(Kewpie)에서 생산하는 ‘키미푸치’로 알려져 있다. 키미푸치는 젤라틴, 전분, 식물성 유지 등에 소량의 살균 건조 난황을 더해 만든 가공식품이다. 색을 선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카로티노이드 색소를 사용하며, 젓가락으로 찌르면 액상이 흐르도록 젤라틴 막 구조를 적용한다.
다만 영양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일반 계란이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식품인 반면, 가공 계란은 전분과 유지 비중이 높아 단백질 함량이 낮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체에 해로운 물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며, 모두 식품으로 허용된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중국 등에서 논란이 되었던 ‘가짜 계란’ 사례와는 다르다.
왜 일본에서는 가공 계란이 확산됐을까
일본은 생계란을 밥에 비벼 먹는 TKG 문화가 있을 만큼 반숙과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한다. 이러한 식문화는 ‘노도고시(목넘김)’라는 감각을 중시하는 일본 미각과도 연결된다.
문제는 1980~90년대 편의점 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반숙 계란 관련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완숙보다 반숙을 선호하는 소비자 특성과 위생 관리의 어려움이 겹치며 식품업계는 대안을 찾게 됐다.
이 과정에서 큐피는 가열해도 굳지 않고,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가공 노른자 제품을 개발했다. 1919년 설립된 큐피는 일본 계란 가공 산업의 선도 기업으로, 현재도 대규모 계란 가공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일본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가공 계란이 사용됐는지 확인하려면 성분표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난 가공품’, ‘가공난황’, ‘덱스트린’, ‘카로티노이드 색소’ 등의 표기가 있다면 가공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소량의 난황이 포함되어 있어 단순히 ‘계란’ 표기만으로는 구분이 어렵다.
가공 계란은 위생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적 선택이지만, 영양을 기대하고 계란을 선택하는 소비자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특히 단백질 섭취를 목적으로 한다면 일반 식당에서 조리된 실제 계란 요리를 선택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소비자의 선택 문제
일본 편의점 식품의 높은 완성도는 식품 가공 기술과 안전 관리 시스템의 결과이기도 하다. 가공 계란은 식중독 위험을 줄이고,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산업적 해법 중 하나다. 다만 영양 가치까지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보다. 일본 여행 중 계란이 들어간 간편식을 구매할 때 성분표를 확인하면, 자신이 원하는 기준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가공 기술의 산물인지, 자연 상태에 가까운 식재료인지에 따라 소비자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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