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쏘아 올린 '66사이즈'의 기적, 플랫폼 공룡 사이에서 살아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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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100만 시대, '육육걸즈'가 증명한 D2C 쇼핑몰의 생존 방정식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4년 폐업 신고자는 100만 8,282명으로, 특히 온라인 통신판매업을 포함한 소매업 폐업이 전년 대비 급증하며 ‘자영업의 무덤’이 현실화되고 있다.
거대 플랫폼(Musinsa, Zigzag 등)이 패션 시장을 장악한 이 시점, 2005년 중학교 3학년이 창업해 연 매출 500억 원을 달성한 ‘육육걸즈(66girls)’의 생존기는 단순한 성공담을 넘어 1세대 쇼핑몰의 미래 전략을 시사한다. 박예나 대표의 ‘평범함’이 어떻게 비범한 숫자가 되었는지, 그 데이터를 해부한다.
'마른 55'의 세상에 던진 '현실 66'이라는 돌직구
2005년,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얼짱’과 ‘44~55사이즈’가 지배했다. 당시 16세였던 박예나 대표는 이 틈새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왜 모델만 예쁜 옷을 팔까? 내가 입어도 예쁜 옷은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66사이즈’ 전략은 적중했다.
▪️블루오션의 발견: 당시 패션 업계가 외면하던 ‘통통한 체형’을 타깃으로 설정, 브랜드 정체성(Identity)을 확립했다.
▪️공감의 힘: 화려한 보정 대신 현실적인 핏(Fit)을 보여주며 고객의 신뢰를 얻었다. 이는 초기 마케팅 비용 없이 입소문만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되었다.
지금은 ‘사이즈 다양성’이 상식이지만, 10년 전 이 전략은 혁신이었다. 트렌드를 쫓는 대신, 고객의 결핍을 채우는 ‘본질’에 집중한 것이 500억 매출의 첫 번째 단추였다.
감이 아닌 '데이터'로, 열정 아닌 ‘시스템’으로
많은 1세대 쇼핑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유는 ‘감(Feeling)’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반면 육육걸즈는 철저히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박 대표는 “리뷰에 답이 있다”는 슬로건 아래, 고객의 피드백을 즉각 상품 기획에 반영하는 애자일(Agile) 조직 문화를 구축했다.
▪️리뷰 기반 의사결정 : 대표가 직접 모든 리뷰를 읽고, 고객 불만이 있는 상품은 즉시 수정하거나 판매를 중단한다.
▪️인하우스(In-house) 시스템: 기획, 촬영, 물류, CS(고객 응대)까지 전 과정을 내재화해 품질 변수를 통제한다. 특히 주문 후 하루 만에 배송되는 ‘육걸배송’은 대형 이커머스 못지않은 물류 경쟁력을 보여준다.
단순히 옷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일 진화하는 ‘커머스 기업’으로 변모한 것이다.
플랫폼의 시대, D2C의 반격
2025년 한국 패션 시장 규모는 약 5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나, 그 과실은 대부분 대형 플랫폼이 가져가는 구조다(통계청, 2025). 높은 수수료와 치열한 최저가 경쟁 속에서 자사몰(D2C)이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육육걸즈는 ‘앱(App)’을 통한 CRM(고객 관계 관리)에서 답을 찾았다.
[ 육육걸즈 성장 핵심 요약 ]
▪️타겟 : 10대~40대 폭넓은 연령층, '66사이즈'라는 명확한 니치 마켓.
▪️전환율 : 웹보다 2배 높은 앱 전환율. 푸시 알림을 통한 재구매 유도.
▪️객단가 : 가성비 세트 코디 제안으로 1인당 구매 금액 상승.
▪️자사 앱을 설치한 고객에게 신상품, 세일 정보를 직접 푸시(Push)하며 플랫폼 종속성을 낮췄다. 이는 충성 고객(Lock-in)을 확보하고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본질은 늙지 않는다
수학적으로 볼 때, 무한 경쟁 시장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는 변수는 ‘대체 불가능성’이다. 육육걸즈는 ‘누구나 편하게 입는 옷’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20년간 고수하며 대체 불가능한 영역을 구축했다.
향후 패션 시장은 AI 기반 초개인화 추천이 주도하겠지만, 결국 그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은 ‘고객의 진심 어린 리뷰’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고객의 목소리에 집착하는 육육걸즈의 아날로그적 데이터 경영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알리·테무 등 초저가 C-커머스의 공습은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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