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50인이 뽑은 2025 올해의 소설 1위,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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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들이 직접 뽑는 연말 문학 결산
교보문고는 9일 “소설의 흐름을 기록하고 독자에게 좋은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매년 진행하는 연말 결산 기획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의 2025년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 기획은 2016년 시작돼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동시대를 함께 쓰고 읽는 국내 소설가 50명이 한 해 동안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을 1인당 1~5권까지 추천하고, 이 추천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추천 대상 기간은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이며, 국적·장르 구분 없이 출간된 소설이라면 모두 포함된다. 올해는 총 95권이 목록에 올랐다.
교보문고 측은 “작가이자 독자인 동료 소설가들이 뽑은 목록이라는 점에서, 서점 판매량 중심의 베스트셀러 순위와는 다른 '문학계 내부의 추천 리스트'’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애란, 세 번째 1위… 8년 만의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
올해 1위는 김애란의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에게 돌아갔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 작품은 95권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정상에 올랐다.
김애란은 이미 2017년 소설집 『바깥은 여름』, 2024년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로 같은 기획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번 수상으로 그는 이 기획에서만 세 번 1위에 오른 첫 작가가 됐다.
『안녕이라 그랬어』는 작가가 8년 만에 펴낸 새 소설집으로, '공간'을 둘러싼 갈등과 딜레마를 한층 성숙한 문장으로 풀어낸 작품집으로 평가된다. 집·동네·도시 같은 구체적인 장소를 매개로, 인물들이 맞닥뜨리는 상실·이동·헤어짐의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한 점이 동료 작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김애란은 수상 소감에서 “나이 들어 좋은 것 중 하나는 모든 일에 감사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점”이라며 “거리의 단풍 하나, 내 앞의 사람 한 명까지 유독 각별하게 느껴지던 때 이런 소식을 받아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 어디까지 글이 닿을지 고민하던 시기에, 가까우면서도 늘 어렵게 느껴지는 동료 소설가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2·3·4위 작품이 보여준 2025년 문학 지형
올해 2위는 구병모 작가의 소설집 『절창』이 차지했다. 독창적인 상상력과 치밀한 서사로 사랑받아 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타인이라는 영원한 텍스트를 읽어내려는 시도, 그리고 그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기묘하면서도 서늘한 사랑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3위에는 총 네 권이 나란히 올랐다. 정이현의 『노 피플 존』, 이기호의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김혜진의 『오직 그녀의 것』, 성해나의 『혼모노』다. 현실의 균열과 폭력을 다루는 서늘한 리얼리즘부터, 유머와 슬픔이 공존하는 일상 서사까지 서로 다른 색채의 작품들이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올해 문학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4위에는 윤성희의 『느리게 가는 마음』, 편혜영의 『어른의 미래』가 선정됐다. 두 작가는 오랜 시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온 중견 작가로, 동료 소설가들은 이들의 작업이 “한국 문학이 새로운 영토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근거”라고 평가했다.
유튜브 영상·기획전으로 올해의 소설 만나는 법
교보문고는 이번 결과를 기반으로, 독자들이 작품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영상·온라인 기획전을 마련한다.
우선 12월 19일에는 교보문고 유튜브 채널에서 '2025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소개 영상이 공개된다. 해당 콘텐츠에는 한소범 한국일보 기자와 유튜버 '편집자K'가 출연해, 순위에 오른 주요 작품을 소개하고 2025년 한국 소설의 흐름을 짚어볼 예정이다.
또한 교보문고 이벤트 페이지에서는 전체 추천 도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온라인 기획전이 진행된다. 독자는 1~4위 뿐 아니라, 50명의 소설가가 추천한 95권의 전체 목록을 살펴보며 자기만의 '연말 읽을거리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작가가 고른 책이 여는 또 다른 베스트셀러 지도
교보문고의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은 판매량 중심 순위와는 다른, “작가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추천 목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애란이 세 번째 1위에 오른 사실은, 한 작가의 꾸준한 작업이 동료들의 신뢰 위에서 어떻게 '대표성'을 획득해 가는지 보여준다. 동시에 구병모·성해나·정이현·이기호·김혜진·윤성희·편혜영 등 여러 이름이 함께 호명된 점은, 2025년 한국 문학이 세대와 스타일을 가로질러 다층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드러낸다.
향후 이 목록이 독자들의 실제 선택으로 이어질지, 또 어떤 작품이 입소문을 타고 '두 번째 전성기'를 맞는 스테디셀러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한 해의 끝마다 소설가들이 서로의 책을 호명하고, 서점이 이를 독자에게 다시 건네는 이 작은 의식은, 변동성이 큰 출판 시장 속에서도 문학이 살아 움직이는 좌표를 확인하게 해주는 장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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