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스튜디오 - 다정은 체력? 배려는 지능… 이적·선우정아 격공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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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은 체력이고 배려는 지능이다.
소셜미디어를 강타한 이 명제가 유튜브 토크쇼의 화두로 떠올랐다.
가수 이적과 선우정아,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소설가 원소윤, 출판사 '이야기 장수' 대표 겸 편집자 이연실은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코너 '적-수다'에 모여 '다정'이 감정의 영역을 넘어 생존과 에너지의 문제임을 설파했다. 이들은 무조건적인 상냥함보다는 '지속 가능한 다정함'이 필요한 시대라고 입을 모았다.`
나는 다정하지 않다… 솔직한 고백
방송은 출연진의 의외의 고백으로 시작됐다. 진행을 맡은 가수 이적은 "나는 다정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다정함을 유지하는 데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며, 사회적으로 강요된 다정함에 대한 피로감을 토로했다.
함께 출연한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 역시 이에 공감했다. 그는 "뜨거운 다정보다는 미지근한 다정이 좋다"고 정의했다. 갓 지은 밥처럼 은근한 온기를 품은 상태가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최적의 온도라는 것이다. 이는 과도한 관심이나 오지랖으로 변질될 수 있는 선 넘는 다정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정함도 '자원'… 곳간에서 인심 난다
이날 토크의 핵심 쟁점은 '다정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명제였다. 출연진은 체력과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타인에게 다정할 수 없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편집자 이연실은 "다정함은 곧 여유"라며 "내가 고갈된 상태에서 베푸는 친절은 결국 바닥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대인들이 겪는 '관계 피로'를 정확히 꿰뚫는 분석이다.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예의를 차리기 위해 억지로 짜내는 다정함은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 감정 노동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적은 "배려는 지능이라는 말처럼,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AI가 제일 다정해… 웃픈 현실
가장 다정한 존재로 '인공지능(AI)'이 지목되기도 했다. 한 출연자는 "내게 가장 다정한 건 AI"라고 말해 씁쓸한 웃음을 자아냈다. 인간은 감정 기복이 있고 체력의 한계가 있지만, 챗GPT 같은 AI는 24시간 내내 불평 없이 사용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준다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현대인이 타인에게 기대하는 다정함의 기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방증한다. 기계적인 리액션이라도 나를 온전히 수용해 주는 존재에 대한 갈증이 기술을 통해 해소되고 있는 셈이다.
가족에게 더 어려운 다정의 역설
토크는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에게 더 다정하기 어려운 현실로 이어졌다. 출연진은 "밖에서는 에너지를 써서 다정한 척하지만, 집에 오면 방전되어 정작 가족에게는 소홀해진다"고 반성했다. 이른바 '선택적 다정'이다. 이들은 결론적으로 "나 자신에게 먼저 다정해야 타인에게도 진심으로 다정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내면의 체력을 길러야 다정이라는 아웃풋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논리다.
‘다정'의 가치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다. 감정 노동이 심화하고 개인주의가 확산할수록, 타인의 에너지를 뺏지 않으면서 적절한 온기를 나누는 '스마트한 다정함'이 핵심 사회적 지능(SQ)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수학적으로 볼 때 내가 가진 총에너지(체력) 내에서 다정함을 배분하지 않으면, 관계의 방정식은 결국 마이너스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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