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아카이브 - 로고 변경, 디자인이 아니라 전략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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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소개
'브랜드 아카이브(@Brand_Archive)'는 로고·리브랜딩·CI 변경을 단순한 디자인 결과물이 아니라, 기업의 전략과 의사결정의 결과물로 해석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브 채널이다. 특정 브랜드를 홍보하거나 미학적 완성도를 평가하기보다, 왜 이 시점에 바꿨는지,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남겼는지, 그 선택이 기업의 현재 위치와 어떤 연결 고리를 가지는지를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영상의 출발점은 늘 ‘디자인이 아니라 맥락’이며, 로고 하나를 통해 시장 환경, 사업 확장, 조직 구조 변화까지 함께 읽어낸다.
이 채널의 강점은 감각적 평가를 최대한 배제하고 판단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는 방식에 있다. 잘했다·못했다의 이분법 대신, 설득력이 있었는지, 브랜드 정체성과 일치했는지, 장기 전략과 연결되는지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그래서 브랜드 아카이브의 콘텐츠는 디자인 채널이라기보다 기록물에 가깝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더라도 “왜 그때 그 브랜드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남겨두는, 말 그대로 브랜드의 결정 과정을 아카이빙하는 채널이다.
브랜드 로고가 바뀌는 해, 이유는 디자인이 아니었다
최근 들어 유독 많은 브랜드가 로고를 바꿨다. 올리브영, 무신사, 숨고, 설빙, 쏘카, 유플러스, 그리고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겉으로 보면 ‘디자인 트렌드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브랜드가 처한 환경 변화와 전략 전환이 로고에 먼저 반영된 사례들이다.
이번 연말결산에서 주목할 지점은 ‘잘 바꿨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남겼는지다. 로고에서 상징을 덜어내거나, 구조를 나누거나, 아예 평면으로 눌러버린 선택들에는 각 브랜드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근 로고 리뉴얼의 공통 분모
최근 리뉴얼된 로고들의 공통점은 세 가지다.
첫째, 모바일과 디지털 화면에서의 가독성.
둘째, 브랜드 확장 혹은 구조 분리에 대한 대비.
셋째, 상징보다 시스템을 우선하는 판단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단순히 예쁘게 바뀐 로고는 거의 없다. 오히려 아쉬움이 남는 선택, 의도가 과하게 노출된 리뉴얼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변화들은 지금 브랜드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상징을 덜어낸 브랜드들, 글로벌과 디지털의 압력
올리브영의 로고 변경은 가장 상징적인 사례다. 브랜드 이름의 근원이던 ‘올리브’를 과감히 제거했다. 글로벌 확장과 모바일 환경에서의 가독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상징을 쌓아온 브랜드가 스스로 정체성의 일부를 내려놓았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반응을 낳았다. 심볼 하나로 브랜드를 인식시키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읽힌다.
자동차 브랜드들의 평면화 역시 같은 맥락이다. 마쓰다, 스즈키를 비롯해 BMW, 기아, 볼보 등 대부분의 브랜드가 입체감을 지웠다. 이는 디자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전기차, 디지털 계기판, 앱 아이콘 중심 환경에 대한 대응이다. 브랜드는 더 이상 간판이 아니라, 화면 위에서 소비되는 아이콘이 됐다.
이름은 남기고 얼굴을 나눈 무신사의 선택
무신사는 조금 다른 전략을 택했다. 기존 로고를 버리지 않고, 새로운 로고를 추가했다. 무신사 그룹을 포괄하는 CI와 앱·오프라인 매장에서 쓰는 로고를 분리한 것이다. 이는 오프라인 확장과 브랜드 다각화를 전제로 한 구조적 판단이다.
29CM, 솔드아웃 등 개별 서비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상위 브랜드로서의 무신사를 따로 세운 선택은 단순한 리디자인이 아니라 조직 구조를 시각화한 사례에 가깝다. 로고가 ‘예쁜 얼굴’이 아니라 ‘조직도’ 역할을 하기 시작한 지점이다.
잘 바꾼 사례와, 방향이 보이지 않는 리뉴얼
숨고의 한글 로고 전환은 비교적 명확한 선택이었다. ‘숨은 고수 찾기’라는 브랜드 의미를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기존 영문 로고가 가진 의미 전달의 한계를 정리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리뉴얼로 읽힌다.
반면 설빙의 리뉴얼은 다소 모호하다.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강조했지만, 시각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고급화도, 전통 강화도 아닌 상태에서 로고만 바뀐 경우다. 이는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신호에 가깝다.
정체성을 정확히 건드린 리뉴얼의 사례들
KITH의 한글 로고는 짧게 등장했지만 완성도가 높은 사례다. 단순히 한글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기존 로고에서 가장 강력한 기억 요소였던 ‘i’를 살려 한글과 영문이 동시에 읽히도록 설계했다. 브랜드를 지우지 않고 언어만 바꾼 정교한 선택이다.
하나 골드클럽의 리뉴얼 역시 방향이 명확하다. 사자와 다이아몬드 중 무엇이 핵심인지 정리하고, 시선을 집중시킬 요소만 남겼다. 덜어낸 것이 아니라 위계를 재정렬한 사례다. 국수나무의 리브랜딩 또한 큰 변화는 아니지만, 국수와 무관했던 상징을 젓가락으로 치환하며 의미를 보강했다.
로고는 취향이 아니라, 결단의 기록이다
최근 이어진 로고 리뉴얼들은 유행을 따라간 결과가 아니다. 브랜드가 처한 환경 변화, 확장 전략, 내부 구조 정리, 그리고 디지털 전환에 대한 압박이 시각적으로 드러난 결과다. 그래서 어떤 로고는 설득력이 있었고, 어떤 로고는 방향이 보이지 않았다.
로고는 더 이상 ‘멋있어 보이는 얼굴’이 아니다.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브랜드의 결단이다. 올리브를 뺀 올리브영, 얼굴을 나눈 무신사, 평면으로 눌린 자동차 로고들은 모두 같은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변이다.
이 브랜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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