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이면 일본 간다'가 현실이 됐다… 한국 스키장은 왜 선택지에서 사라졌나

본문

인물소개

유쾌한 경제학(@유쾌한경제학)은 거창한 이론이나 어려운 수식 대신, 일상 속 선택과 돈의 흐름을 연결해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경제 콘텐츠 채널이다. 금리, 부동산, 물가, 노동시장 같은 주제를 다루지만 접근 방식은 학술적 분석보다 사례 중심이다. “왜 요즘 이 선택이 손해처럼 느껴질까”, “이 가격은 어디서 결정됐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경제 현상을 개인의 생활 경험으로 끌어내린다. 덕분에 경제 뉴스에 거리감을 느끼는 시청자도 흐름을 따라가며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이 채널의 강점은 판단을 강요하지 않는 서술 방식이다. 특정 투자나 정책을 옳고 그름으로 단정하기보다, 구조와 조건을 설명한 뒤 선택의 결과를 보여준다. 감정적인 위기 담론이나 과도한 낙관론을 피하고, 숫자와 사례를 통해 “그래서 지금 시장이 이렇게 움직인다”는 맥락을 정리한다. 유쾌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내용은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경제를 교양으로 소비하려는 시청자층과 현실 판단에 참고 자료를 찾는 시청자층을 동시에 끌어안는 채널로 평가된다.


“비싸서 안 간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붕괴

한 산업이 불과 10년 만에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한국의 스키장 이야기다. 3인 가족이 3박 4일 스키 여행을 다녀오면 170만 원가량이 든다. 월세 두세 달치 비용이다. 하지만 최근 스키장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가격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리프트가 멈추고, 점심시간인데도 식당 문이 닫혀 있으며, 안전 요원을 찾기 어려운 장면이 낯설지 않다. 많은 방문객은 이를 ‘운이 나빴다’고 넘기지만, 이런 상황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한국 스키장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손님보다 먼저 떠난 사람들, 무너진 운영의 출발점

현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하나둘 짐을 쌌다. 이유는 단순하다. 최저 시급을 받으며 영하의 날씨 속에서 하루 종일 근무하는 일을 감내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스키를 좋아하는 젊은 층이 시즌 아르바이트로 몰렸다. 무료로 스키를 탈 수 있고,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다. 스키를 즐기는 젊은 세대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스키장 이용객 수는 2011년 686만 명에서 최근 443만 명 수준으로 약 40% 가까이 감소했다. 자연히 현장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인력도 줄었다. 운영사들은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인건비부터 줄였다. 정규직은 계약직으로, 계약직은 단기 아르바이트로 대체됐다. 숙련된 리프트 정비사와 슬로프 관리 인력, 안전 요원들이 떠난 자리는 경험 없는 단기 인력이 채웠다. 서비스 품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서비스 붕괴가 부른 악순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리프트 고장으로 한 시간을 기다렸다는 글, 직원에게 문의했지만 “자기 담당이 아니다”라는 답만 들었다는 후기가 반복해서 올라왔다. 문제는 이런 불만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쾌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다시 스키장을 찾지 않는다. 가족 단위 방문객일수록 이탈 속도는 더 빠르다. 아이를 데리고 찾았다가 안전 관리에 불안을 느낀 부모들은 다음 겨울을 다른 선택지로 돌린다.


이 과정에서 악순환이 형성됐다. 인력이 부족해 서비스가 나빠지고, 서비스가 나빠지니 손님이 줄고, 손님이 줄자 매출이 감소한다. 매출이 줄면 다시 인건비를 줄이게 되고, 그러면 또 사람이 떠난다. 이 고리를 끊지 못한 스키장들은 점점 운영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스키장이 폐업하거나 장기 휴장에 들어간 것도 이 흐름의 연장선이다.


한국 스키장을 비싸게 만드는 구조와 기후 인플레이션

한국 스키장의 가격 논란은 운영 미숙이 아니라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스키장 운영에는 높은 산, 낮은 기온, 충분한 적설량이 필요하지만 한국은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 해발 2,000m가 넘는 산이 드물고, 겨울은 짧아지고 있으며 평균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연설에 의존한 운영이 어려워졌고, 대부분의 스키장은 인공 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문제는 인공 눈이 막대한 비용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재설기는 대량의 전기와 물을 동시에 소모하는 설비로, 대형 재설기 한 대만 하루 종일 가동해도 일반 가정 수십 곳에 해당하는 전력을 사용한다. 스키장 하나에는 이런 재설기가 수십 대씩 설치돼 있으며, 최근 급격히 인상된 산업용 전기 요금이 운영비 부담을 더욱 키웠다. 기온 상승으로 재설 시간이 늘어난 상황에서 전기 요금까지 오르며 비용 구조는 빠르게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 기후 인플레이션이다. 날씨 변화로 인해 동일한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드는 현상으로, 눈이 오지 않으니 돈으로 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가격에 그대로 반영됐다. 2015년 하루 평균 5만 원 수준이던 리프트권 가격은 최근 9만 원을 넘어 일반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운영사는 가격 인상 외에 선택지가 없었고, 그 결과 한국 스키장은 비싸고 경쟁력이 낮다는 인식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사라지는 겨울이 던지는 경고

한국 스키장의 몰락은 특정 산업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이 사례는 기후 변화가 실물 경제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초기 신호에 가깝다. 자연 조건에 기대어 성장한 산업은 그 전제가 흔들리는 순간 빠르게 붕괴할 수 있다. 스키장은 그 변화가 가장 먼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분야일 뿐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누려왔던 한국의 겨울 풍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스키장 문제는 단순히 레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산업이 같은 위기를 맞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산업은 가격 논란을 넘어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다. 한국 스키장의 현재는, 어쩌면 다가올 다른 산업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현재까지 총 576건의 기사가, 최근 1달 동안 179건의 기사가 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