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경제학 - 한국은행의 '뱅크런 대비' 선언, 금융시장은 이미 다음 국면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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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소개

유튜버 보통의경제학(@보통의경제학)은 금리·환율·채권·부동산·금융시장 리스크를 중심으로 거시경제 흐름을 해설하는 경제 분석 유튜브 채널이다. 단순한 뉴스 전달이나 자극적인 전망보다는, 한국은행 정책·시장 금리·유동성 흐름 같은 핵심 변수들을 연결해 현재 경제가 어떤 국면에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상은 대체로 이슈의 결론을 먼저 제시한 뒤, 정책 배경·시장 반응·숫자 변화 순으로 전개된다. RP 매입, 국채 발행, PF 대출, 외국인 자금 흐름 등 다소 복잡한 금융 용어도 비유와 사례를 통해 풀어내며, “왜 지금 이런 조치가 나왔는가”, “이 신호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춰 설명한다.


특히 단기 전망보다는 시나리오 분석에 강점을 보인다. 현재 정책이 이어질 경우와 구조조정이 단행될 경우를 대비해 설명하며, 개인이 주의 깊게 봐야 할 금리·환율·채권 지표까지 함께 제시한다. 그 결과 ‘보통의경제학’은 경제 뉴스를 단순 소비하는 채널이 아니라, 시장을 해석하는 사고 틀을 제공하는 경제 분석 채널로 평가받는다.


뱅크런이라는 단어가 공개적으로 등장했다는 의미

2025년 12월 14일, 한국은행이 뱅크런 대비 긴급 여신 제도 도입을 공식화했다. 뱅크런은 은행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붕괴에서 시작되는 현상이다. 중앙은행은 평상시 이 표현을 공개 석상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이 먼저 언급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시점 역시 단순하지 않다. 불과 엿새 전인 12월 8일, 한국은행은 국채 단순 매입 1조5천억 원을 예고했다. 유동성을 확대하는 조치와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대비가 동시에 제시된 셈이다. 이 조합은 안정 신호가 아니라 위험 경고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RP 매입, 단기 처방이 상시 정책으로 굳어졌다

현재 한국은행이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핵심 수단은 RP 매입이다. RP는 일정 기간 후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매입하는 계약이다. 표면적으로는 단기 유동성 공급 장치다. 그러나 실제로는 만기 연장의 반복 구조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2022년 1분기 RP 잔액은 0.5조 원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4분기에는 6.5조 원까지 확대됐다. 8개월 만에 13배 증가한 셈이다. 여기에 국채 단순 매입 1.5조 원이 추가됐다. 통화 승수를 적용하면 시중에 풀린 자금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80조 원을 넘는다.


문제는 결과다. 유동성이 이 정도로 공급됐다면 금리는 하락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실제 시장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이는 시장이 중앙은행의 통제력과 정책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동성의 종착지는 PF 대출이었다

풀린 자금의 상당 부분은 PF 대출로 흡수됐다. PF는 건설 프로젝트를 담보로 한 금융 구조다. 2022년 당시만 해도 PF 부실은 초기 단계에 머물렀다. 토지 매각을 통해 원금 회수가 가능했고 구조조정 비용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선택은 정리보다 연명이었다.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해 시간을 벌었다.


그 결과 2025년 현재 시행사들은 수년간 이자만 상환하며 자산 가치가 급격히 훼손됐다. 이제는 토지를 처분해도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구조조정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국은행이 공급한 80조 원 규모의 유동성은 이른바 ‘좀비 PF’를 떠받치는 데 흡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둔촌주공에서 시작된 정책적 전환점

이 흐름의 출발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사건이 2022년 둔촌주공 재건축이다. 당시 글로벌 금융시장은 긴축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은 금리 인상과 함께 고통을 감수하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한국의 선택은 달랐다.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를 안정시키기 위해 완화적 정책을 유지했다. 단기적으로는 위기 관리에 성공한 듯 보였다. 그러나 그 대가는 컸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급등, PF 대출의 구조적 부실화, 그리고 구조조정의 골든타임 상실로 이어졌다.


뱅크런 대비 조치가 던지는 신호

긴급 여신 제도는 소방호스를 미리 점검하는 행위에 비유된다. 불이 날 가능성이 없으면 굳이 점검할 필요도 없다. 시장은 이 신호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인다. 외국인이 한국 채권을 대규모로 매수하는 흐름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는 신뢰 회복의 표시라기보다 금리 상승 국면에 대한 베팅에 가깝다. 다시 말해 한국 경제 내부에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두 가지 시나리오와 선택의 시간

향후 전개는 두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는 현 상태를 유지하며 버티는 시나리오다. 국민연금이 채권 매입을 통해 방어에 나서고 금리는 일시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 그러나 2027년을 전후해 PF 부실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환율 급등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동반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조기 구조조정에 나서는 시나리오다. 단기 충격과 자산 가격 조정은 불가피하다. 다만 정책 신뢰 회복과 함께 금융 시스템은 정상 궤도로 복귀할 여지가 생긴다.


뱅크런 대비는 우연한 행정 조치가 아니다. 내부에서 감지된 위험이 외부로 드러난 결과다. 개인과 시장 모두 메시지의 본질을 읽어야 한다. 금리, 환율, RP 잔액은 현재 금융 시스템의 계기판이다. 이를 외면하는 순간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위기는 언제나 준비된 주체에게만 기회로 전환된다. 지금은 판단을 미룰 국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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