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받고 퇴사 결심"... 어느 법인 택시기사의 절규가 드러낸 노동의 현실 [ 명당월드 ]

본문

첫 월급날에 무너진 기대

(나인다세해 = 이상엽 기자) 유튜브 채널 '명당월드'를 운영하는 한 법인 택시기사에게 첫 월급날은 기대가 아닌 배신감으로 기록됐다. 열흘간의 고된 노동 끝에 받은 급여 명세서. 그 안에 찍힌 숫자는 그의 계산과 약속을 뒤엎는 숫자였고, 그 차액에 담긴 회사의 일방적 통보는 한 개인의 분노를 넘어 한국 법인 택시 업계의 뿌리 깊은 관행을 폭로하는 계기가 되었다.

급여 명세서를 확인한 그의 충격은 단순한 금액의 차이를 넘어섰다. 입사 당시 약속했던 조건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신뢰를 무너뜨렸고, 결국 운전대를 잡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퇴사를 결심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기대가 현실 앞에서 무너지는 이 순간은, 한 노동자가 마주한 금전적 갈등 이면에 숨겨진 더 깊은 노동 현실의 모순을 암시하고 있었다.


58667477d563065164b792c549affa0c_1765526625_3666.jpg
 


10%의 배신: '추가금 100%' 약속의 진실

법인 택시기사의 수입에서 사납금을 초과한 운행 수입, 즉 '추가금'은 월급의 핵심이다. 그 역시 '추가금 100% 지급'이라는 조건을 믿고 현재 회사에 입사했다. 

하루 24만 5천 원이라는 높은 사납금을 감수하면서도 그가 기대를 걸었던 것은 바로 이 약속 때문이었다.

그러나 명세서에는 추가금의 10%가 '부가세' 명목으로 공제되어 있었다. 이는 명백한 약속 위반이었다. 그는 "내가 알기로 부가세는 회사가 내는 것"이라며, 기사의 월급에서 이를 선공제하는 방식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하루 24만 5천 원의 사납금을 겨우 넘긴 수입에서 10%를 추가로 제하는 것은, 기사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마진마저 위협하는 행위였다.

회사의 '말 바꾸기'에 그는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나는 마음 상하지", "말 바꾸는 거 진짜 싫어하거든요"라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사실 부가세 전가 논란은 비단 택시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 노동 등 특수고용직 전반에서 회사의 운영 비용을 노동자에게 교묘히 떠넘기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택시 기사에게 만 원 한 장이 정말 크거든요" 라는 그의 말처럼, 이 공제액은 그의 생존을 더욱 압박하는 족쇄가 되었다.


빚과 피로: 15시간 운전대의 무게

그의 고된 노동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한 달에 600만 원이 필요한 그는 막대한 부채가 자신을 극한의 노동으로 내몰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의 일과는 처절한 노동의 강도를 숫자로 증명한다.

• 살인적인 근무 시간: 수요일 저녁 7시에 출근해 다음 날인 목요일 오전 10시 25분에 퇴근하는, 15시간이 넘는 연속 근무를 감행했다.

• 목표와 현실의 간극: 하루 목표액 33만 원을 채우기 위해 밤새도록 운전했지만, 결과는 2천 원이 모자란 32만 8천 원이었다. 목표 달성을 목전에 둔 허탈감은 피로를 가중시켰다.

• 육체적·정신적 한계: 사고를 피하기 위해 차에서 쪽잠을 자야만 했고 육체적, 정신적 한계 상황을 호소했다.

• 노동의 근본 동기: 이 모든 고통의 근원은 '빚'이었다. 그는 "미쳤다고 이 짓거리를 왜 합니까"라고 반문하며, "빚 없으면 이렇게 안 해요"라고 단언했다. 그의 노동은 선택이 아닌, 오직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처럼 가혹한 노동 환경은 그를 체념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그는 시스템에 굴복하는 대신, 스스로 변화를 만들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좋은 회사 좀 알려주세요": 한 택시기사의 공개 구직 선언

급여 문제를 확인한 그는 주저 없이 퇴사를 결심했다. "회사 그만두기로 내일부터 다시 회사 알아볼 거야" 라는 선언은 부당함에 대한 저항의 시작이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적으로 더 나은 회사를 수소문했는데, 이는 자신의 노동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고 플랫폼을 통해 직접 노동시장에 호소하는, 새로운 시대의 노동자가 선택한 적극적인 생존 전략이었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20만 원 초반대의 사납금'이라는 명확한 구직 조건을 제시하며 좋은 회사를 제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보 제공자에게는 "소고기"를 사겠다며 절박함과 진정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특히 그는 자신을 "매일 30만 원 찍어 주는 흔치 않은 기사" 라고 평가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명확히 제시했다. 이는 회사가 책정한 사납금이라는 굴레에 갇히길 거부하고, 자신의 '생산성'을 자산으로 삼아 노동 조건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시도다. 한 개인의 구직 선언이 현 택시 업계의 불합리한 노동 조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사회적 고발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개인의 서사가 말하는 구조적 모순

한 법인 택시기사의 첫 월급날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의 불운이 아니다. 그의 경험은 높은 사납금, 불투명한 급여 정산, 장시간 고강도 노동, 그리고 이를 감내하게 만드는 부채의 압박 등 오늘날 수많은 법인 택시 기사들이 겪는 구조적 문제의 축소판이다.

그는 자신의 직업을 아이러니하게도 "종합 예술이다"라고 표현했다. 그가 말한 '종합 예술'이란, 결국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대한의 노동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설계된 시스템 속에서 노동자가 터득해야만 하는 생존 기술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한 성실한 노동자를 15시간의 운전대로, 그리고 결국 퇴사와 공개 구직의 길로 내모는 현재의 노동 시스템은 과연 지속 가능한가? 그의 절규는, 개인의 희생을 담보로 연명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우리 사회 전체에 묻고 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현재까지 총 504건의 기사가, 최근 1달 동안 212건의 기사가 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