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야구를 꺾었다고?… 전 세계 축구판 뒤흔드는 MLS의 무서운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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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야구(MLB), 농구(NBA), 미식축구(NFL), 아이스하키(NHL)로 대표되는 미국의 견고한 '4대 스포츠' 벽을 깨고, 축구가 주류 스포츠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손흥민(LAFC)과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격돌한 MLS 개막전에는 무려 7만 5천 명 이상의 관중이 몰리며 역대 개막전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폭스스포츠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에서 축구가 야구를 근소하게 앞섰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현지의 열기는 뜨겁다. 과거 은퇴를 앞둔 스타들의 '양로원' 쯤으로 치부되던 MLS는 어떻게 전 세계 축구판을 위협하는 거대 리그로 성장했을까.
축구 경기를 거대한 파티로 만들다
MLS의 가장 큰 무기는 철저하게 기획된 '엔터테인먼트'다. 유럽 축구가 각 구단 중심의 성적과 경기력 위주라면, MLS는 리그 사무국이 주도하여 경기를 하나의 거대한 축제로 만든다.
개막전이 열린 경기장 밖에서는 거대한 '테일게이트(차량 트렁크를 열고 즐기는 파티)'와 팬 페스티벌이 열리고, 경기장 안에서는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쏟아낸다. 하프타임 쇼와 셀럽 초청 이벤트 등 90분의 경기 시간 외에도 직관을 해야만 하는 다양한 즐길 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마케팅 스케일도 남다르다. 글로벌 톱 광고기획사 '오길비(Ogilvy)'와 손잡고 대대적인 옥외 광고와 캠페인 영상을 론칭했으며, 틱톡 파트너십 및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통해 리그 자체의 브랜딩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MLS의 SNS 팔로워 수는 유럽 5대 리그 바로 다음 수준이며, 틱톡과 페이스북 합산 수치는 전 세계 모든 스포츠 리그 중 11위에 달한다.
돈이 도는 구조의 완성… 샐러리캡과 애플TV의 마법
이벤트만 화려한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수익 모델이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혁신적인 중계권 유통 방식이다. MLS는 애플(Apple)과 25억 달러(약 3조 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맺었는데, 2026년부터는 기존 별도 상품이던 'MLS 시즌 패스'가 애플TV 기본 구독 서비스에 추가 비용 없이 포함됐다. 수많은 애플TV 가입자들이 "메시랑 손흥민이나 한번 볼까"라며 잠재적 축구 팬으로 유입될 수 있는 엄청난 인프라를 깐 셈이다.
또한, 유럽과 달리 '승강제(강등)'가 없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안정성을 제공한다. 팀이 한순간에 무너질 리스크가 적고 샐러리캡 제도로 무리한 지출을 통제하기 때문에, 구단들은 안정적으로 경기장 인프라(콘서트장, 주변 상업시설 개발 등)에 투자할 수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26년 MLS 평균 구단 가치는 7억 3,100만 달러로 2019년 대비 120%나 폭등했다. 단순히 스타 한두 명의 이름값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단 퀄리티 전체를 높이는 데(이번 겨울 이적시장 지출액 세계 4위) 돈을 쓰고 있다는 증거다.
히스패닉·MZ세대 유입, 그리고 '2026 북중미 월드컵'
미국 내 인구 통계학적 변화도 MLS 성장의 든든한 뒷배다. 미국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히스패닉(중남미계 미국인)'은 본래 축구에 열광하는 층이다. 여기에 리오넬 메시 등 최고의 중남미 스타들이 유입되면서 이들의 거대한 수요가 고스란히 MLS로 흡수됐다.
MZ세대(18~34세)에게 MLS는 가장 '힙(Hip)'한 스포츠로 통한다. 멀티플랫폼 시청 비율이 급증하고 있으며, 축구장에 가서 파티를 즐기고 인증샷을 남기는 문화가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결정적으로 올해 개최되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은 MLS가 퀀텀 점프를 이룰 최대 분수령이다. 월드컵을 향한 미국 내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글로벌 스폰서십 자금이 결국 자국 리그인 MLS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MLS는 월드컵 이후인 2027년부터는 유럽 이적시장에 맞춰 '추춘제(가을 개막~이듬해 봄 종료)'로 리그 운영 방식을 변경할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과거 펠레와 크루이프를 데려오고도 실패했던 북미축구리그(NASL)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철저히 미국식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문법으로 축구를 재창조한 MLS. 전 세계의 자본과 팬덤을 빨아들이고 있는 미국 축구의 진격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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