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은 끝났다… 암세포 '멱살' 잡는 이중 표적 mRNA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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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성균관대 연구팀, 수지상세포와 암세포 동시 공략하는 하이브리드 플랫폼 개발

'항원 회피' 꼼수 원천 차단… 남은 임상 허들 넘으면 차세대 항암 표준 될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인류를 구원했던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이 이제 암세포와의 숨바꼭질을 끝내기 위해 등판했다. 성균관대 융합생명공학과 권대혁·양유수 교수 연구팀은 바이오기업 'MVRIX'와 공동으로 인체 면역세포와 암세포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 표적 mRNA 암 백신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 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지난 17일 게재되며 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코로나 영웅 mRNA, 암 정복 최전선에 서다

mRNA(메신저리보핵산)는 특정 단백질을 만들라는 설계도 역할을 하는 유전 물질이다. mRNA 암 백신은 암세포의 고유한 정보를 담은 설계도를 체내에 주입해, 인체의 면역 시스템이 암세포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훈련시키는 원리다.


문제는 암세포의 교활함에 있었다. 기존 백신은 면역 반응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에만 집중적으로 mRNA를 전달했다. 수지상세포가 암세포의 몽타주를 학습해 공격 명령을 내리는 구조인데, 위기를 느낀 암세포가 스스로 자신의 표적 정보를 지워버리는 이른바 '항원 회피(Antigen Escape)' 현상을 일으키면 속수무책이었다. 면역 세포 입장에서는 쫓던 범인이 얼굴을 바꾸고 나타나니 눈뜨고 코 베이는 격으로 치료 효과가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표적 생성 강제화'… 이중 표적의 마법

연구팀은 이 얄미운 항원 회피 현상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췌장암, 방광암 등의 암세포와 수지상세포 양쪽 모두의 표면에 유독 많이 존재하는 'DEC-205'라는 단백질에 주목했다. 이를 길잡이 삼아 백신이 두 세포에 동시에 도달하도록 '양동 작전'을 설계한 것이다.


이중 표적 mRNA 백신의 핵심 작동 원리 요약

- 수지상세포 도달 시: 기존처럼 면역 시스템에 암세포 공격 명령을 내림 (공격수 양성)

- 암세포 도달 시: 암세포가 스스로 몽타주(표적 단백질)를 만들어 표면에 드러내도록 강제함 (표적 고정)

- 결과: 암세포가 표적을 숨기려 해도 백신이 멱살을 잡고 다시 표적을 달아놓아 도망갈 틈을 주지 않음.


이 과정을 돕기 위해 연구팀은 mRNA를 세포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초미세 택배 상자인 지질나노입자(LNP) 표면에 DEC-205를 찾아가는 항체를 부착했다. 특히 혈액 속 콜레스테롤 운반 단백질의 성질을 활용해 복잡한 화학 공정 없이 항체가 저절로 달라붙게 만들어 생산 단가와 공정 효율성까지 챙겼다. 똑똑한 데다 가성비까지 갖춘 택배 시스템인 셈이다.


장밋빛 미래? 임상 시험과 독성 제어라는 남은 과제

동물 실험 결과는 고무적이다. 대장암 마우스 모델에 이중 표적 백신을 2회 투여하자 암세포를 타격하는 T세포가 급증하며 강력한 종양 억제 효과를 보였다. 유방암 모델에서도 생존 기간이 유의미하게 늘어났으며, 종양 제거 후 암세포를 재이식했을 때도 '면역 기억'이 형성되어 암이 다시 자라지 않았다. 재발 방지라는 항암 치료의 최종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선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제약업계의 시각을 종합하면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현재 실험은 마우스(쥐) 모델에 국한되어 있다. 사람의 면역 체계는 훨씬 복잡하며, mRNA를 감싸는 지질나노입자(LNP)가 간이나 비장 등에 축적되며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독성 문제는 장기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또한, 환자 맞춤형 항원 발굴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은 상용화의 가장 큰 진입 장벽으로 관측된다. 기술의 우수성과 별개로 '시장성'과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전망: 암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기

세계보건기구(WHO)와 글로벌 리서치 기관들의 최근 동향을 종합해보면, 글로벌 mRNA 암 백신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성균관대 연구팀의 성과는 단순히 항원 하나를 더 찾는 수준을 넘어, 암세포의 면역 회피 기전을 역이용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 확장성이 크다.


양유수 교수의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차세대 면역 항암 전략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는 포부처럼, 이중 표적 백신이 험난한 임상 1~3상 허들을 무사히 넘는다면 향후 5~7년 내 난치성 고형암 치료의 새로운 수학적 승률을 제시할 핵심 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숨바꼭질의 술래잡기 규칙이 마침내 인간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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