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는 1000원, 루이비통은 141만원… 붕어빵 키링에 뜨거운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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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루이비통)
141만원짜리 'LV 붕어빵 백 참' 뭐길래
뉴시스 등 보도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최근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을 형상화한 키링 ‘LV 붕어빵 백 참’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이탈리아산 가죽으로 제작됐으며, 실제 붕어빵처럼 물고기 모양을 그대로 본뜬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 측 설명에는 키링(열쇠고리)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퍼가 달려 있어 동전‧이어폰 같은 작은 소지품을 보관하는 미니 파우치로도 쓸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루이비통은 이 제품에 대해 “물고기 모양 페이스트리에 대한 문화적 오마주를 담았다”며, 여행자나 디저트 애호가, 개성 있는 가방 꾸미기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아이템이라고 소개했다. 공식 홈페이지 기준 판매 가격은 141만원으로 확인됐다.
제품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자, 특유의 귀여운 붕어빵 실루엣과 명품 특유의 모노그램 패턴이 결합된 디자인에 “루이비통이 드디어 붕어빵까지 건드렸다”, “겨울 손난로 대신 141만원짜리 붕어빵 들고 다니는 시대”라는 반응이 잇따르며 화제가 됐다.
다이소는 1000원인데… 극단적 가격 차이, 밈이 되다
논란의 핵심은 가격 인식이다. 한국경제 등은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붕어빵 모양 파우치가 1000원대”라는 점을 들어, 온라인에서 두 제품을 나란히 비교하는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이 돈이면 붕어빵 기계를 사겠다”, “붕어빵 500마리 값” “수제 가죽 공방이면 몇 만원이면 될 것 같다”, “다이소에서도 비슷한 걸 본 것 같다”는 댓글을 남기며 극단적인 가격 대비를 웃음 소재로 소비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이 현상을 두고 “붕어빵 하나가 141만원? ‘이건 진짜 찍었다’”라는 제목을 달며, 로컬 간식과 하이엔드 명품의 대비가 밈·K컬처·희소성 마케팅이 한꺼번에 작동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기사에 따르면 업계 일각에서는 붕어빵 키링이 실용성보다는 브랜드 가치와 한정판 수집품 성격을 강조한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명품 업계에서는 그리 이례적인 가격대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소비자 심리 전문가들은 “비교 자체가 실제 구매를 전제로 하기보다는 ‘같은 모티브에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나는지’를 냉소적으로 지적하는 데서 출발한다”며, “소비자들이 이 상황을 하나의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이자 밈으로 즐기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붕어빵이냐 '타이야키'냐… 문화 오마주 둘러싼 논쟁
가격 논란과 별개로, 이번 제품을 둘러싸고는 문화적 출처 논쟁도 불거졌다. 서울경제 등 일부 매체는 해외 판매 페이지에서 해당 제품명이 일본식 붕어빵을 뜻하는 ‘타이야키(Taiyaki) 백 참’으로 표기된 사실을 전하며 “붕어빵이 ‘타이야키’냐”는 논란을 전했다.
붕어빵과 타이야키는 모두 물고기 모양 밀가루 반죽 안에 팥 등을 넣어 구운 간식이지만, 국내에서는 붕어빵이 한국 겨울 길거리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있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한국 붕어빵을 가져다 놓고 일본 이름을 달았다”, “K-간식인지 J-원형인지 애매하게 타는 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애초에 일본 간식이 원형이라 이름을 그렇게 쓴 것뿐”이라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루이비통 측은 공식 설명에서 특정 국가명을 언급하지 않고 “물고기 모양 페이스트리에 대한 문화적 오마주”라고만 표현하고 있어, 한국·일본 양측 문화 코드가 어떻게 뒤섞여 소비될지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로컬 간식 입은 명품… Z세대 겨냥 '위트 마케팅'
세계일보는 이번 붕어빵 키링을 두고 “단순 신제품이 아니라 로컬 문화 차용·밈 소비·희소성 전략이 한 번에 작동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명품 브랜드가 특정 국가의 길거리 음식이나 생활 아이콘을 고급 소재로 재해석해 ‘위트 있는 아이템’으로 내놓고, 이를 통해 딱딱한 브랜드 이미지를 유연하게 바꾸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루이비통을 포함한 글로벌 럭셔리 하우스들은 최근 몇 년간 로컬 상징물을 차용한 백 참·키링·스카프 등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해당 국가 소비자에게는 ‘우리 문화가 명품에 올라탔다’는 상징성을, 해외 고객에게는 ‘이국적인 스토리가 있는 액세서리’라는 희소성을 동시에 노린 행보다. 전문가들은 “붕어빵 키링 역시 실용성과 가성비보다는 사진·SNS 노출, 수집 가치를 중시하는 Z세대·MZ세대 취향을 정조준한 제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일각에서는 “명품의 로컬 차용이 K-컬처 확장의 또 다른 형태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고가 가격 전략과 결합될 때 ‘문화 상징의 상업화’에 대한 피로감도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1만원 붕어빵이 던진 질문
루이비통 붕어빵 키링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무엇에 값을 매기는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감각을 드러낸다. 같은 붕어빵 모티브를 두고 1000원짜리 다이소 파우치와 141만원짜리 명품 키링이 동시에 회자되는 풍경은, 가격 그 자체보다는 브랜드·스토리·밈 소비까지 포함된 ‘상징의 값’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묻는 장면이기도 하다.
당분간 이 키링은 실질적인 판매량보다 온라인 화제성·밈 확산에서 더 큰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해외에서 ‘타이야키’로 표기된 점을 둘러싼 논쟁은, 한국 겨울 간식 붕어빵이 K-컬처의 일부로 자리 잡은 만큼 로컬 문화와 글로벌 브랜드 사이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명품이 로컬 간식에 가격표를 붙이는 시대, 소비자들이 선택할 것은 지갑이 아니라 ‘좋아요’와 리트윗, 그리고 짤 한 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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