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숏폼의 시대, 우리는 다시 롱폼을 갈망한다" – 도파민 중독 사회의 '문해력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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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미만 영상에 길들여진 우리, 잃어버린 '몰입의 시간'을 찾아서

(다세해뉴스-이상엽) 최근 몇 년간, 우리의 미디어 소비 방식은 근본적으로 재편되었습니다.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로 대표되는 숏폼(Short-form) 콘텐츠는 일상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우리의 주의력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짧고 강렬하며, 도파민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숏폼의 매력은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를 '잡식성 소비자(Omnivore)'로 만들었습니다. 60대 이상 사용자들도 숏폼 플랫폼을 가장 오래 사용하는 시대, 우리는 이제 '아주 보통의 하루(아보하)' 속에서도 끊임없는 자극을 찾는 중독의 늪에 빠진 것은 아닐까요?

1. 숏폼 중독이 낳은 '문해력 저하'의 그림자

숏폼 콘텐츠는 재미와 정보 습득의 효율성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문화적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바로 '집중력 저하' '문해력 약화'입니다.

  • 사고의 단절: 10초에서 60초 사이에 끝나는 영상에 길들여진 뇌는 깊이 있는 사고, 복잡한 맥락의 파악, 장시간의 집중을 점점 거부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성급한 판단분석 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 텍스트와의 거리: 화려한 시각적 효과와 자극적인 자막으로 가득 찬 숏폼은 긴 줄글이나 장편 콘텐츠를 '지루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교육계에서는 청소년들의 난독증 유발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이 시대의 '문해력 위기'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숏폼의 역설'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소비하지만, 정작 그 정보가 가진 깊은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은 역설적으로 퇴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2. '롱폼 콘텐츠'의 조용한 반격과 인간성의 회복

그러나 문화 트렌드는 하나의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최근 미디어 시장에서는 '롱폼(Long-form) 콘텐츠'가 다시 주목받으며 숏폼의 과잉에 대한 반작용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8분 이상 영상'의 중요성이 재조명되며 롱폼 제작이 다시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숏폼이 '바이럴(순간적인 확산)'에 강하다면, 롱폼은 '충성도 높은 팬덤'과 '깊은 관계'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롱폼을 다시 찾는 이유는 인간적인 서사의 울림몰입의 경험을 갈망하기 때문입니다.

  • 진정한 공감: AI가 만든 가상 가수(Virtual Artist)들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기어코 인간의 체온이 담긴 '진짜' 서사를 찾고 있습니다. 자신의 불안, 정체성, 진창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아티스트의 내밀한 이야기는 수치와 데이터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 사유의 시간: 롱폼은 시청자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숏폼과 달리, 콘텐츠와 함께 호흡하며 사유하고 성찰할 시간을 제공합니다. 이는 우리의 뇌가 잃어버렸던 '깊이 있는 사고'를 재활성화하는 중요한 과정이 됩니다.

3. 균형 있는 '미디어 잡식성'을 위한 제언

결국 2025년의 문화 트렌드는 '옴니보어(잡식성)'라는 키워드처럼, 숏폼과 롱폼 사이의 건강한 균형을 찾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숏폼을 통해 세상의 다채로운 '토핑(Topping)'을 빠르게 맛볼 수는 있지만, 롱폼을 통해서만 삶의 진정한 '요리'를 음미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숏폼을 완전히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인 소비'를 통해 미디어가 우리의 사고방식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경계하는 것입니다. 산만함을 경계하고 '몰두할 줄 아는 힘'을 되찾는 것. 이것이 도파민 과잉의 시대에 인간다움을 지키고, 문화적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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