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 편견 깬 차연녹 작가, 사적인 컬렉션 전시로 입증한 현대적 산수화의 가치

본문

전통 한지와 안채를 현대적 기법으로 재해석한 차연녹 작가가 미술계의 이목을 끈다. 최근 불확실한 미술 시장 속에서도 독창적 여백의 미와 입체적 색감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증명했다.


차연녹 작가가 최근 프라이빗 컬렉션(Private Collection) 온·오프라인 전시를 통해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작을 공개했다. 작가는 독창적인 앞필 기법과 화려한 색감을 앞세워 정체된 한국 미술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다.


전통 재료로 빚어낸 현대적 색감

차연녹 작가의 그림은 첫눈에 화려한 색감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이 강렬한 색들을 조화롭게 배치해 묘한 균형감을 선사한다.


놀랍게도 이 세련된 색감은 모두 전통 재료에서 출발했다. 그림 바탕은 전통 한지를 선택했다. 색을 입히는 물감 역시 안채[1]라는 전통 안료를 쓴다. 발색이 뛰어난 물감을 여러 번 겹쳐 칠한다. 칠하고 말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색의 깊이를 더한다. 종이에 물감이 스며드는 일반 동양화와 달리 밀도감이 높다.


선으로 재창조한 여백의 미

차 작가는 동양화의 핵심인 여백의 미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색과 색 사이에 가느다란 하얀 선을 새겨 넣었다. 이 하얀 선은 붓으로 그린 것이 아니다.


뾰족한 도구로 한지에 강한 압력을 주어 홈을 파는 앞필[2] 과정을 거쳤다. 물감을 칠하면 파인 부분만 하얀 선으로 남는다. 작가는 이 선을 통해 단절이 아닌 연결을 꾀했다. 차 작가는 “경계는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변주되는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틈은 평면 그림에 입체적인 질감을 부여한다. 빛의 각도에 따라 선명도가 달라지며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다시점이 만든 독특한 스토리텔링

차연녹의 동양화는 디테일에서도 뚜렷한 차별성을 띤다. 동양 산수화의 특징인 다시점[3]을 극대화했다. 서양화는 보통 소실점을 활용해 특정 주제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반면 동양화는 소실점이 없어 다양한 형체가 한 화면에 담긴다.


작가는 관객이 그림 전체를 감상한 뒤 세부 요소를 뜯어보도록 유도한다. 별, 달, 산맥, 사람 등 수많은 요소가 곳곳에 포진했다. 멀리서 보면 광활한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가까이서 보면 조각난 요소들이 저마다 독립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볼수록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이유다.


불확실성 뚫은 차연녹의 경쟁력

차 작가의 행보는 최근 한국 미술 시장의 흐름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2025년 결산 자료를 보면 갤러리 관계자 48.4%가 전년 대비 매출 감소를 겪었다. 시장 전반이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반면 2025년 미술품 경매 낙찰 규모는 전년 대비 16.6% 증가한 1315억원을 기록했다. 희소성 있는 작품에 자본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을 보여준다. 차 작가의 작품 역시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수요를 창출했다.


전문가들은 차 작가의 성공 요인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 전통 물감 겹칠로 밀도감 극대화 
  • 앞필 기법으로 입체적 여백 창출 
  • 다시점 활용한 스토리텔링 강화

김민지 사적인 컬렉션 큐레이터는 “독보적인 철학과 기법을 갖춘 작가는 시장 불황에도 굳건하다”고 평가했다.



용어 설명

[1] 안채: 옛 궁궐 단청이나 민화에 주로 쓰인 발색이 뛰어난 전통 물감. 

[2] 앞필: 뾰족한 도구로 종이를 강하게 눌러 홈을 파서 물리적인 자국을 내는 기법. 

[3] 다시점: 하나의 고정된 시점이 아니라 여러 위치에서 바라본 대상을 화면에 조합하는 동양화 기법.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현재까지 총 1,079건의 기사가, 최근 1달 동안 191건의 기사가 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