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AI 등장... 14장 합성·완벽한 텍스트·초정밀 일관성으로 무장

"이제는 신기함을 넘어 무서운 느낌까지 듭니다."

단순히 명령어를 입력하면 그림을 뱉어내던 '자판기' 시대는 끝났다. 구글이 야심 차게 내놓은 이미지 생성 AI '나노바나나 프로(Nano Banana Pro)'가 출시 직후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기존 AI가 수많은 데이터를 암기해 그럴싸하게 흉내 내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모델은 물리 법칙과 공간 정보를 스스로 '추론'하고 설계한다.

단 3초 만에 디자이너의 밤샘 작업을 대체하는 이 괴물 같은 도구가 가져올 파장을 분석했다.

그냥 그리지 않는다, 생각하고 그린다

나노바나나 프로의 핵심은 추론 능력이다. 영상 분석 결과, 이 모델은 단순히 키워드를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 속에 숨겨진 인과 관계를 파악한다.

예를 들어 "뉴욕 사진 위에 공학적 스타일의 인포그래픽을 그려줘"라고 입력하면, 단순한 선을 긋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센트럴 파크의 위치, 건물의 높이, 역사적 맥락 등을 스스로 분석해 텍스트와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한다. 복잡한 블랙홀 이론을 직관적인 한 장의 다이어그램으로 요약하거나, 가우디 성당의 완공 예정일과 건축 양식을 설명하는 교육용 자료를 뚝딱 만들어낸다.

이는 '제미나이 3 프로(Gemini 3 Pro)'의 언어 이해력이 시각적 생성 능력과 결합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이제 AI는 화가를 넘어 설계자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외계어 없는 완벽한 텍스트 렌더링

그동안 생성형 AI의 고질적인 약점은 텍스트였다. 간판 글씨가 뭉개지거나 메뉴판에 알 수 없는 외계어가 적히기 일쑤였다. 하지만 나노바나나 프로는 이 문제를 완벽에 가깝게 해결했다.

• 카페 메뉴판 : '모던한 스타일의 메뉴판' 요청 시 작은 가격표와 메뉴명까지 오타 없이 정확하게 구현한다.
• 유튜브 썸네일 : '미스터 비스트 스타일'을 요청하면 과장된 표정과 함께 한글/영어 자막을 정확한 위치에 배치한다.
• 광고 포스터 : 코카콜라 광고를 미국 레트로 스타일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변환해도 로고 텍스트가 깨지지 않는다.

이는 별도의 포토샵 수정 없이 곧바로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소상공인이나 1인 크리에이터들에게는 혁명적인 변화다.

합성의 신기원... 14장을 섞어도 멀쩡하다

가장 충격적인 기능은 '믹스(Mix)'다. 기존 AI는 두어 장만 섞어도 인물의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배경이 뒤틀렸지만, 나노바나나 프로는 최대 14장의 이미지를 섞어도 일관성을 유지한다.

영상 시연에서는 서로 다른 5명의 인물 사진을 합성해 블록버스터 영화 포스터를 만들었는데, 각 인물의 이목구비와 표정 디테일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또한 가구, 조명, 소파 등 6가지 제품 사진을 입력하고 "거실 인테리어"를 주문하자, 각 제품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공간에 맞는 투시와 조명을 적용해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쇼핑몰 상세 페이지나 룩북 제작 비용이 '0원'에 수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거친 스케치가 명품 로고로... 일관성의 마법

일관성 유지(Consistency) 능력도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특정 캐릭터의 그림체를 실사화하거나, 맑은 날씨의 사진을 비나 눈이 오는 풍경으로 바꿀 때도 인물과 배경의 고유한 특징은 그대로 유지된다.

특히 '질감 변환' 기능은 디자이너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PPT로 대충 그린 로고에 "파인애플 질감을 입혀줘"라고 하자, 단순한 패턴 합성이 아니라 과육의 결, 심지, 단면의 입체감까지 고려해 리디자인했다. 이렇게 만든 로고는 즉시 텀블러, 에코백, 모자 등 굿즈 목업(Mock-up)으로 파생되어 순식간에 브랜드 패키지를 완성했다.

디자이너의 종말인가, 해방인가

나노바나나 프로의 등장은 디자인 산업의 진입 장벽을 사실상 허물었다. 누구나 B급 이상의 결과물을 1분 안에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다. 수학적으로 볼 때, 단순 반복적인 그래픽 작업이나 초안 제작(Drafting) 업무는 2026년 상반기 내로 80% 이상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는 "이제 손기술이 아니라 기획력이 디자이너의 생존을 결정할 것"이라며 "AI를 도구로 부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